금통위, 기준금리 3.0% 동결
이창용 총재 “비상계엄 여파 시장 영향
환율 필요 이상 높아져 물가 압력 고려”
원·달러 1470원 유지 땐 물가 0.15%P↑
성장률도 타격… 올 1.9% 밑돌 가능성
“인하 사이클 지속”… 2월 조정 시사
“성장 부진 우려 조속 추경 필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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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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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보다 환율 안정부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한 분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지만, 모든 분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이자율은 경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다. 이 총재는 “계엄사태로 인한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큰 영향을 줘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 기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대외균형을 좀 더 보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정상 수준보다 필요 이상으로 높아져 우리 물가, 특히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계엄 사태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펀더멘털에 비해 30원 정도 더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재는 “계엄 전 1400원이었던 환율이 1470원으로 오른 것 중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기계적으로 보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은 20원이지만,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3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도 새롭게 떠오른 복병이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70원대로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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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성장률 추가 하향
비상계엄 여파는 환율뿐 아니라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도 타격을 줬다. 이미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로 2월에 하향조정하려던 수치를 더 끌어내린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물가설명회 때 4분기 성장률을 0.4%라고 했는데 소비나 내수, 특히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변화가 없더라도 4분기 성장률이 계엄 사태 영향을 받아 떨어지면 2024년 성장률도 더 낮아지고,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성장률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2024년과 2025년 성장률을 각각 2.2%, 1.9%로 하향조정했는데 여기서 더 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취업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며 2021년 2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계엄이 경제성장률에 충분히 유의미한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며 “12월보다 2025년에 더 많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데도 한은이 금리를 내려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총재는 “이미 두 번 인하했고 3개월 내 금리전망에도 말했듯 인하 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를 당연히 고려하고 있고 다만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내 금리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3.0%보다 낮은 수준으로 열어놔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2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여전히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성장률이 예상보다 0.2% 정도 떨어진다면 15조~20조원 정도 규모가 성장률 떨어진 것을 완화하지 않겠나”라며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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