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런드는 종교적 측면에서 아브라함계 종교(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를 믿는 지역의 출산율이 불교나 힌두교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한다. 정치적으로는 대가족에서 자란 사람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경향이 있으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적인 사람들보다 출산율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국내총생산(GDP)과 출산율, 그리고 교육 수준과 출산율 사이에 역상관관계가 나타난다. 경제와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해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로 인해 아이가 미래에 겪을 고통을 우려하는 반출생주의 또한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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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런드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이 결합된 대표적인 인구 위기 국가로 한국을 꼽는다. 한국은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모했으며, 이는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아래로 떨어졌다. 2015년 1.24명에서 매년 하락해 2022년에는 0.72명에 그쳤다. 출산율 0.8은 50쌍의 부부가 자녀를 40명만 낳는다는 의미로, 세 세대만 지나면 인구의 약 90%가 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인구 위기를 조명한다. 이탈리아는 1950년 80세 이상 노인 한 명당 10세 미만 어린이가 17명이었지만, 현재는 1대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태국은 1950년 80세 이상 노인 한 명당 10세 미만 어린이가 7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1대 3~4로 줄어들었다. 중국은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준 데 이어 현재 출산율이 1명 수준으로 떨어지며 매년 약 85만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일본 역시 출산율 1.26명과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몰런드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노동력 감소, 생산력 약화,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연금과 의료 서비스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80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청년 인구의 6~7배에 달하며, 사회적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연간 요실금 패드 소비량이 기저귀 소비량을 넘어섰으며, 매년 약 6만8000명이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몰런드는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과거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을 우려했으나, 기술 발전이 농업 생산성을 높이며 그의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그러나 몰런드는 오늘날의 고령화는 기술 혁신 자체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에서 나오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고령화로 인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 혁신을 주도했던 소니, 도요타, 캐논과 같은 기업의 부진과 함께 특허 출원 건수도 크게 줄었다.
몰런드는 생산 가능 인구 대비 부양해야 할 인구 비율(부양비)이 급격히 증가하는 미래 사회를 유지하려면 극단적인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라는 인구 위기 속에서 혁신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면, 인류는 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후의 인구론 | 폴 몰런드 지음 | 이재득 옮김 | 미래의창 | 304쪽 | 1만9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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