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비용 부담, 악순환 시작될 수밖에"
中企 "기준·제도 보완해야 현실적 대안 될 것"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 적용 노사와 논의하겠다"
대출연체율·신용위험↑...소공연 "입장 변화 x"
"우선순위 따져 보호 로드맵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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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빈 상가.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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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매년 시급과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판매제품의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가져갈 몫을 줄이고 직원, 알바 고용시간도 줄이는 등 악순환이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씨(51)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생계형 자영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미 많은 소상공인들은 순이익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쪼개기로 고용하거나 주휴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 추가 지출분을 직접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자식들을 생각해 더 좋은 법의 혜택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적용 기준은 반드시 나눠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매출에 따른 기준이라던지, 특수한 조건들을 반영하는 식으로 적정 선에 맞게 근로기준법 기준을 세분화 해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 대표(56)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지난해 경영사정이 좋지 못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고환율에 원부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했다"며 "올해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까지 도입된다면 적자생존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그 또한 "큰 기업들 만큼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가득하고,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도 잘 알지만 시기나 기준, 제도 보완이 함께해야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노사와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데 더해,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도 "반드시 단계적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국내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2021년 524만6989개, 2022년 531만4600개, 2023년 538만6553개에 수준이다. 이들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이 확대될 경우 상시근로자가 1~4명인 사업장도 주52시간제를 준수해야 한다. 휴일에 일할 시 통상임금의 50~100%를 추가 지급해야 하며, 연장·야간근로수당, 연차 유급휴가, 휴업 수당, 해고 제한 등 이밖에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모든 사안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전망 '암울'...사업 존폐 우려에 "근로자성 분류 선행돼야"
그러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타협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해 경기 불황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오며 수익성 악화 등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당장 대출 연체율부터 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0.7%와 0.65%로 전년 대비 각각 0.15%포인트(p), 0.14%p 올랐다. 또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13년 3분기(12.02%) 이후 최고치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39로 2022년 이래 가장 높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인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사업의 존폐마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참석 단체장들도 "21대 국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한해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방침이 주로 발의된 반면, 22대 국회는 3건의 전면 확대 적용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 방침과 궤적이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소공연 관계자는 "올해 역시 입장 변화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경영환경도 개선의 여지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과 12월 조사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55.6%는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내다본 이달 경기전망지수(BSI)는 68.1과 75.5로 전월 대비 각각 4.5p, 3.8p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5인 미만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는 이상적이지만 현실하고 동떨어진 부분도 있다"며 "올해 경기 부진과 정치적 불확실성,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운 시기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비용 상승, 인력관리 애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활발한 의견 교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희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장과 종업원이 근로자성의 구분 없이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오분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누구는 근로자고 누구는 사업주고 이런 단편적 구분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분류 기준을 세우는 게 우선돼야 하고 내수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영세 사업주는 폐업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위한 보호 로드맵이 먼저 나와야 하고 사회적 대화도 여전히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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