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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교권 추락

    진단서 내면 복직·同사유 재휴직 불가…정신병력 교원관리 부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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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 유명무실…'청원 휴직'은 심의 대상 제외

    '정신질환 병력' 교원 현황 파악 안 돼…"법적 근거 마련해야"

    연합뉴스

    대전 초교서 교사가 8살 여아 흉기로 살해…범행 후 자해 시도



    (세종=연합뉴스) 고은지 고상민 기자 =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사망케 한 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 병력을 가진 교원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원의 휴직·복직 관련 예규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상 질병 휴직 중인 교원의 복직 여부는 본인이 제출한 병원 진단서 소견에 따른다.

    진단서 상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사 판단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복직이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가해 교사가 정신질환을 완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 교사는 정신질환으로 작년 12월 초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에 돌연 복직했는데, 이전에도 정신질환 등을 사유로 여러 차례 병가를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학교는 가해 교사가 이달 초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재차 휴직할 것을 권고했으나 재휴직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교사의 학생 살해라는 사상 초유의 참혹한 범행으로 이어졌다.

    재휴직이 무산된 것은 무엇보다 '질병 휴직은 2년 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인이 재휴직을 원하지 않았을 수 있고, 해당 규정을 들어 시교육청이 재휴직이 불가하다고 했을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재발 사유가 있으면 동일 병명으로도 휴직에 들어갈 수는 있다"며 "가해 교사의 재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학교에 회신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전 초등학교서 8세 여아 피살…경찰 조사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현장에서는 교사 B(40대)씨도 자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B씨가 A양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 주변의 경찰차. 2025.2.10 swan@yna.co.kr



    일각에선 시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이 교직 수행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장치다. 현재 서울, 광주, 세종, 대전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인데, 심의 후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대전교육청의 경우 2015년 9월부터 질환교원심의위를 운영해 왔으나 2021년 이후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육청은 브리핑에서 "제도적 장치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와 질병휴직위원회가 있는데 과도하게 가동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17개 시도교육청이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교사에 대한 질환교원심의위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심의위는 (휴·복직이) 반복적일 때 교직 수행이 가능한지 보려고 여는 것이지, 일회성으로 개최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가해 교사처럼 본인 청원에 의한 휴직은 애초 질환교원심의위 대상이 아니란 것도 이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정신질환은 외부의 부정적 인식과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청원 휴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질환교원심의위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청원에 의한 질병 휴직은 휴직신청서와 진단서만으로 가능하고, 복직 시에도 복직원과 '회복됐다'는 병의원 진단서만 제출하면 된다.

    이번 사건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전체 교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종합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신질환 병력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인 만큼 이를 정부가 수집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라고 해서 교사들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관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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