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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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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 벗은 ‘미키17’…할리우드에서도 견고한 ‘봉준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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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영화 ‘미키17’.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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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봉준호 월드!



    기괴하고 때로 깜찍한 볼거리와 비틀린 유머가 유유히 흘러가는 가운데 어둡고 신랄하다.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2019)과 아카데미 4관왕(2020) 동시 석권 이후 전세계가 기다려온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오는 28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17일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할리우드 메인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1억달러 넘게 투입한 대작이지만, 상업영화 문법에 흔들리지 않고 봉준호의 성채가 견고하게 유지됐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 ‘기생충’이 보여준 계급사회의 잔인함과 ‘옥자’가 보여준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괴물’과 ‘살인의 추억’에서의 불합리한 현실이 빚어내는 고통스러운 유머까지 차곡차곡 담겼다. ‘미키17’에서 추가되는 건, 사람보다 인공지능에게 위로받고 인간 복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던지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친구의 꼬임으로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말아먹은 미키 반즈(로버트 패틴슨)는 빚쟁이의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주 영토 개척을 위한 이민자 대열에 합류한다. 그가 신청서에 표시한 ‘익스펜더블’(소모품)은 윤리성 논란으로 지구에서는 금지된 복제인간으로, 복제를 반복하며 인간이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한겨레

    영화 ‘미키17’.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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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17’은 복제인간이라는 새롭지 않은 소재를 가져왔지만, 흔히 인간 복제에 쓰는 ‘클론’이라는 단어 대신 ‘프린트’라는 말을 쓴다. 고도의 기술적 표현인 클론에 견줘 프린트는 훨씬 쉽고 흔하다. 만들기 쉬운 만큼 버리기도 쉽다. 미키는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 보내지거나 생체실험에 손쉽게 사용되고 죽기를 반복한다. 인류에게 미답의 영역인 죽음을 앞에 두고 “죽을 때 기분은 어때?” “(위험에서 구해줄 생각 없으니) 잘 죽고 내일 봐”라는 말을 태연하게 던질 수 있는 가장 비천한 존재다.



    하지만 죽음을 예상했던 행성에서 원주민인 크리퍼들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온 17번째 미키가 맞닥뜨린 건 이미 프린트된 미키18. 익스펜더블은 가능하지만 동시에 여럿이 복제되는 멀티플은 금지되는 상황에서 두 미키는 부딪힌다.



    “사람 냄새 나는 에스에프(SF)”라는 봉 감독의 소개처럼 영화는 처음부터 복제인간이지만 인간적인 미키와 비인간적인 체제를 대비한다. 우주 개척단 사령관 마샬(마크 러팔로)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우주선에서 섹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을 할 때 무리에서 빠져나온 나샤(나오미 애키)와 미키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교차한다.



    한겨레

    ‘미키17’.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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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하고 체제 순응적인 미키와 무능하지만 뻔뻔하고 잔혹한 마샬로 대척점을 이루는 계급의 대비는 후반부로 가면서 커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감으로 또 다른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 나간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며 마샬과 그를 조종하는 아내 그웬(토니 콜레트), 그리고 나샤를 통해 다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주제의식 속에서 영화 초반부에서 던지는 질문, 18번 프린트된 18명의 미키는 한 사람인가, 18명의 서로 다른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성찰은 흐려지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보다 하루 먼저 공개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미키17’은 “영어로 만든 봉준호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인디와이어)부터 “봉준호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BBC)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엇갈리는 평가에서도 일치되는 건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의 뛰어난 연기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청춘 스타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이를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패틴슨은 바짝 마른 몸과 붕 뜬 말투, 어쩔 줄 모르는 눈빛으로 벼랑 끝에 몰린 암울한 청년의 초상을 빼어나게 그려냈다. 자칫 어색하고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배부른 자본가의 도식적인 태도를 기름기 묻은 표정과 목소리로 표현한 러팔로의 공력 또한 영화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데 제 역할을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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