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스트리밍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전세계 콘텐츠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콘텐츠 최강자로 군림하던 할리우드 진영이 신진 세력인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구글 등에 위협받고 있다. 한국콘텐츠는 '오징어 게임' '기생충' '흑백 요리사' 등의 인기로 주목도가 높아졌지만, K콘텐츠는 아직 넷플릭스 전체 시청량의 3% 수준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국 외에도 멕시코, 영국, 스페인, 일본, 인도 등 글로벌 거점 국가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 30년간 미디어콘텐츠 산업 분야에 몸담은 저자는 100년을 이어온 방송 산업의 구질서가 무너지고 글로벌 스트리밍 전쟁의 벌어진 상황을 조망하며 K콘텐츠의 승리 전략을 제시한다.
퍼펙트 스톰이 된 글로벌 스트리밍은 이전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자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띤다. 바로 글로벌 D2C Direct-to-Consume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콘텐츠 유통과 제작을 통합하고, 콘텐츠 제작과 공급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새로운 문화 제국의 모습을 띠지만 동시에 문화적 다원성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글로벌 스트리밍을 운영하는 주체는 크게 할리우드 진영과 빅테크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디즈니+, 맥스, 피콕, 파라마운트+가 할리우드 진영에 속한다. 이들은 스트리밍뿐 아니라 선형 TV도 운영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TV+ 그리고 구글의 유튜브가 빅테크 세력에 속한다. 이들은 오로지 스트리밍 서비스만 운영한다. 두 진영은 글로벌 스트리밍의 패권을 두고 지난 3년여 동안 치열하게 경쟁했다. <21쪽>
2023년 말 넷플릭스는 190개국에서 2억 6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반면에 티빙은 한국에서만 38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규모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면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방영권을 구매할 때 가입자당 투입되는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 제작 시 회당 제작비로 30억 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 200억 원이 드는 영화에도 투자한다. 넷플릭스 대비 가입자가 1.5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티빙은 절대 할 수 없는 규모이고 해서도 안 되는 비용이다. 넷플릭스와 티빙의 가입자 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29쪽>
하지만 스포츠 프로그램은 본방 사수가 필요해 시청자의 분산을 막을 수 있다. 드라마는 1시간 늦게 봐도 별로 잃을 게 없지만 스포츠 경기는 1시간 늦게 보면 안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사에서 스포츠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려는 이유다. <105쪽>
결론적으로 2022년도 기준 사업자별 콘텐츠 지출은 넷플릭스 170 억 달러(약 22조 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70억 달러(약 9조 원), 애플 TV+ 48억 달러(약 6조 원), 디즈니+ 30억 달러(약 4조 원)로 추정된다. 워너브라더스(맥스), 유니버설(피콕), 파라마운트(파라마운트+)와 같은 사업자는 디즈니+보다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가 다른 사업자보다 콘텐츠 지출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다. <107쪽>
그렇다면 로컬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영화 〈옥자〉는 어디에 속할까?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옥자〉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미국 제작사 플랜B가 제작했고, 제작비는 넷플릭스가 투자했으며, 감독은 한국의 봉준호다. 주요 연기자는 미국과 한국의 배우다. 따라서 한국어로 제작된 이 영화는 한국의 로컬 오리지널이다. 그러면 애플TV+가 만든 〈파친코〉는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일까? 대부분 한국어로 제작되었고 주로 한국(계) 배우가 출연하지만 미국 제작사 미디어 레즈Media Rez가 제작했다. 제작비는 애플이 투자했으니 국제 공동 제작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파친코〉는 로컬 콘텐츠라기보다는 할리우드 콘텐츠에 더 가깝다. 다음으로 〈오징어 게임〉은 한국어, 한국 제작사, 한국의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의 창작자들만 참여했다. 물론 제작비는 넷플릭스가 투자했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은 로컬 콘텐츠의 정의에 가장 가깝다. <146쪽>
영국의 조사기관 엔더스 애널리시스Enders Analysis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2년에 총 1846시간의 오리지널을 제작했다. 이 중 로컬 콘텐츠가 1045시간으로 절반이 넘어 56.6퍼센트를 차지했다. 미국의 콘텐츠가 50퍼센트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149쪽>
스페인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 영화 및 TV 프로그램 2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4개), 프랑스(2개), 독일(2개) 등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다. <202쪽>
참고로 2022년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7733억 원이다. MBC는 8615억 원, SBS는 1조 130억 원이다. 그런데 2023년에는 넷플릭스 8233억 원, MBC 7453억 원, SBS 8668억 원이다. 향후 지상파의 매출은 감소하고 넷플릭스의 매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넷플릭스는 국내의 유력한 미디어콘텐츠 사업자가 되었다. <257쪽>
영국 월간지 《더페이스 The Face》는 K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지난 25년간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글로벌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 1997년 말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한국 영화에 대한 자금 지원과 스크린 쿼터제로 한국 영화 발전의 씨앗이 뿌려졌다. 1999년 영화 〈쉬리〉를 기점으로 드라마 〈겨울 연가〉와 〈대장금〉이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며 한류를 이끌기 시작했다.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기금 덕분에 한국 영화는 서양 시장에도 진출했다. 많은 감독과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주요 영화제의 상을 놓고 경쟁했다. 〈올드보이〉(2003)가 개봉한 지 16년 만에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편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K-드라마 역시 TV에서 서구의 시청자를 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K-드라마 성장에는 이렇듯 30여 년에 가까운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270쪽>
2021년은 K콘텐츠가 그동안의 축적을 바탕으로 돌파의 시작을 알리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지옥〉은 전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271쪽>
지금까지 살펴본 견해를 종합해 보면 K-드라마의 경쟁력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할리우드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스토리다. 둘째는 영상 콘텐츠의 3요소인 스토리,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퀄리티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제작 역량이다. 셋째는 높은 제작 가치 즉 가성비다. 결국 참신한 스토리를 혁신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그것도 저렴하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275쪽>
글로벌 스트리밍 전쟁 | 문성길 지음 | 부키 | 464쪽 | 2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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