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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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 진정성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은 “진정 기업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악법을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처리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반기업적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반기업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에서 먼저 시동을 걸었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스케이온 분할 △엘지화학·엘지에너지솔루션 분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 거래가 대주주 등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며 소액주주·일반투자자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먼저 띄운 상법 개정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부처를 동원한 민생토론회를 열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법무부 등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가 회사 사업기회를 유용하지 못하도록 손해배상책임 구체화 등 이사 책임 강화 △소액주주의 편리한 주주총회 참석을 위한 전자 주주총회 도입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에 발맞춰 야당·시민단체에서 상법의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 방향을 구체화했다.
윤석열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기업·경제단체가 반발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경제단체 쪽은 △이사와 주주 사이에는 법적 위임관계가 없고 △자본시장법 등에 소액주주 보호·대주주 견제 규제 등이 있으며 △이사가 회사에 충실하지 않으면 주주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전체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에는 차이가 없고 △회사와 주주 간 이익 충돌 안건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반론을 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를 잇달아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현행 상법에서도 이사 충실 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가 전제되고 있지만, 법원이 상법 해석을 좁게 하는 상황에서 ‘회사→회사·주주’ 확대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할 경우 배임죄 폐지 논의가 함께 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금융투자세 폐지에 동의하는 대신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경제단체 쪽은 △소송 남발 우려 및 의사결정 지연으로 신산업 진출 저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 악용 우려 등을 주장하며 정부·여당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한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이사회가 합병·분할 등을 결의하는 경우 의견서 작성·공시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 명시’ 등을 담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금융위원회가 정정명령, 임원 해임 권고, 일정 기간 증권 발행 제한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은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이 “다양한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주주, 이사회의 노력의 수준과 범위 등 그 의미가 다소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도 “형식적 이행만으로 노력 의무 이행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의 면책 여부는 관련 소송 제기 시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2023년 1월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윤 대통령 뒤를 따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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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주총, 한동훈 법무부도 “글로벌 스탠다드”
전자 주주총회 도입은 2023년 1월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포함한 내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미래 번영을 이끄는 법질서 인프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기업환경 개선 및 주주보호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상법은 주주총회를 기업 본점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에서 개최하도록 규정한다. 전자 주주총회가 도입되면 먼 지역에 살거나 일정이 겹친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 등의 주주총회 참석과 의견 제안이 활성화하면 지배주주 영향을 크게 받는 이사회에 대한 견제 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그해 8월 법무부는 기존 현장 주주총회 방식 외에 전자 주주총회를 도입하는 한편, 주요 사업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전자 주주총회 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업지배구조 원칙에도 주주권 보장 일환으로 전자 주주총회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 주주총회 효과로 “물리적 주주총회(오프라인 주총) 원칙으로 인한 주주권 행사 한계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기업 비용 부담 개선”을 들었다.
반면 한국경제인연합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전자 주주총회 도입은 주주들의 선택 및 기업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상법 명문화에 반대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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