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증산 발표에 유가 곤두박질…WTI 약 2%↓
달러 지폐 위로 오일 펌프잭 모형이 놓여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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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 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4월부터 점진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유가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는 다음 달 1일부터 하루 13만8000배럴을 증산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약 2년 동안 중단된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회복해 2026년에는 하루 220만 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OPEC+는 이날 성명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자발적 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유연하게 220만 배럴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이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되거나 일시 중단되거나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유연성을 발휘해 석유시장의 안정성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OPEC+는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7%에 해당하는 하루 585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생산량 회복을 연기했다.
시장에서는 OPEC+의 증산 계획이 한 번 더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는데, 예상을 뒤엎은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많은 산유국은 현재 유가가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에는 너무 낮다고 보고 있으며 세계 석유 시장이 하반기 공급 과잉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OPEC+가 증산에 나선 것은 지난달 유가 인하를 촉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6000억 달러(약 87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아마프리트 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결정은 예상보다 강한 원유 수요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단위 배럴당 달러. 3일(현지시간) 종가 68.37달러. 출처 마켓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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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깬 증산 소식에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99% 하락한 배럴당 68.3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1.63% 밀린 배럴당 71.62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이는 각각 지난해 12월 9일과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오닉스커머더티의 석유 책임자인 해리 칠링구리언은 “점진적이고 소량이더라도 공급이 회복되면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 (hsb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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