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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윤석열 정부

    윤석열 구속기간 계산법 집중분석…법원 판단은 ‘깔끔하게 털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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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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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 기간 ‘시간 계산’을 잘못했으며, 이런 논란을 안고 형사재판을 진행할 경우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구속 자체가 위법하다는 윤 대통령 쪽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위법 부당한 수사를 법원이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상 검찰은 구속 피의자에 대해 최장 20일(10일+10일)간 수사 뒤 기소한다. 구속 기간 내에 기소가 이뤄지면 자동으로 구속기간 2개월이 연장돼 재판이 진행된다. 반대로 구속 기간 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구속이 취소되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 1월23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내란 사건을 검찰에 넘기며 기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하자 공수처 단계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대통령 기소 권한이 있는 검찰로 사건을 넘긴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공수처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추가 수사를 하겠다며 법원에 윤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월15일 오전 10시33분 공수처에 의해 체포됐다. 구속 기한은 체포된 날부터 열흘이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법원 허가를 받아 열흘 더 연장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에 ‘접수한 날’부터 검찰에 다시 수사기록을 ‘반환한 날’까지 기간은 법정 구속 기간에서 빼도록 하고 있다.



    즉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진행되면 심문 기간만큼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줄어든 수사 시간을 보충해 주는 제도다. 그간 검찰과 법원은 수사기록이 오고 간 날짜 단위로 구속 기간 연장을 계산해 왔다. 예를 들어 3월7일 오후 3시부터 3월8일 새벽 1시까지 수사기록이 법원에 있었다면, 10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이틀(7~8일 48시간)을 연장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 대통령 1차 구속 기간 열흘이 끝나는 시점을 구속 열흘째인 1월24일 자정이 아닌 1월26∼27일로 계산했다. 날짜 단위로 계산한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기간만큼 구속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구속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므로 엄격히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예를 들어 법원이 7월1일 오후 2시에 서류를 접수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한 뒤 7월2일 오후 1시에 검찰에 반환했다면 실제 기간은 23시간임에도 2일(48시간)의 구속 기간이 늘어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르면 수사기록 접수시간에 따라 피의자 구속 기간이 하루 이상 연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부터 새로운 구속 기간 계산법을 적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새 계산법을 적용한 구속 기간은 검찰이 계산한 기간보다 하루 이상 짧아졌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한 수사기록 법원 접수는 1월17일 오후 5시46분에 이뤄졌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뒤 1월19일 새벽 2시53분 수사기록을 공수처에 돌려줬다. 수사기록 접수부터 반환까지 33시간7분이 걸렸다. 재판부는 새 계산법에 따라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간 만료 시점을 시간 단위로 계산해 1월24일 자정에서 1월26일 오전 9시7분으로 연장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기존 계산법에 따라 날짜 단위(17~19일 사흘)로 계산한 만료 시기인 1월27일과는 차이가 크다.



    검찰은 법원이 추가 수사 필요성이 없다며 윤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하자 패닉에 빠졌다. 1차 구속 기간 열흘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1월26일 저녁 6시52분 윤 대통령을 서둘러 구속기소했지만, 이는 구속 취소를 결정한 재판부가 새로 계산한 구속 만료 시점에서 9시간4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은 재판부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 외에 체포적부심사(10시간32분) 때도 수사를 못 했기 때문에 이를 구속기간 연장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월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직후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법원에 수사기록이 접수된 시간은 1월16일 오후 2시3분, 반환된 시간은 1월17일 새벽 0시35분이었다. 10시간32분이 연장되면 재판부가 판단한 구속 만료 시점 안에 기소한 것이어서, 구속 기간이 자동으로 2개월 연장되며 윤 대통령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사 기간은 체포 뒤 구속영장 청구 시간인 48시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체포와 구속을 구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출신들이 포진한 윤 대통령 변호단은 과거 자신들도 수사 실무에 적용해 왔던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구속 기간 연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법 기술자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단 주장까지 고려해 보수적으로 구속 기간 만료를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수사를 고집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알려진 7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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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은 법원의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법원보다는 검찰 책임론을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이 결정은 윤석열의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구속 시간을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 시간 계산을 잘못할 리가 없다.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검찰의 계산된 착오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간 시간이 아닌 날짜 단위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왔지만 피의자 등이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재판부 판단처럼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을 뿐이지, 피의자 쪽이 이를 적극적으로 문제 삼은 상황에서는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윤 대통령 수사와 구속 사유까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내란죄 재판을 위해 초반에 구속 기간 논란으로 촉발될 수 있는 문제점을 깔끔하게 털고 가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직권남용죄 수사를 구실로 수사권이 없는 내란죄를 수사해 구속하는 것은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속 취소 재판부는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는 (윤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구속 취소 사유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제 막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해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한 것과 이로 시작된 내란 혐의 재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앞서 서울서부지법의 체포·구속영장 발부로 이런 논란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비록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법성 해소를 이유로 구속 취소까지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돌다리를 두드리는 보수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재판부는 따로 설명자료를 내어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면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는 물론, 시간이 지난 뒤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수사상 절차 문제를 이유로 재심 신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정리하고 가자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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