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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5분만에 1만개 퍼져…'독버섯' 불법촬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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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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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A씨는 전에 교제한 남자친구에게 "네 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나랑 다시 사귀어야 한다"는 협박을 받았다. 그는 전 남자친구가 말하는 영상이 어떤 것인지 확인조차 못해 불안감에 매일 밤 잠을 설치고 있다. 외출할 때는 혹시나 모르는 사람에게 영상을 찍힐까 두렵고 고통스럽다.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해 지원을 요청한 피해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N번방 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2020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3일 매일경제가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1만305명을 기록했다. 접수 건수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접수 건수도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1만6833건을 기록했다. 2018년(2289건)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급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유포 불안(4358건) △불법 촬영(4182건) △유포(2890건) △유포 협박(2244건) △기타(1421건) △합성·편집(1384건) △사이버 괴롭힘(354건)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새로운 정보기술(IT)의 대중화·다양화가 자리 잡고 있다. 김미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센터장은 "디지털을 가장 친밀하게 활용하는 젊은 층에서 피해가 빈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피해자 중 10·20대가 8116명(78.8%)을 기록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면서 해킹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인 최태운 사라짐컴퍼니 대표는 "2020년에는 한 달에 1~2건을 의뢰받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꾸준히 50~60건 의뢰가 들어온다"며 "한 건당 삭제 가격은 800만~15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촬영물이 퍼지는 속도가 산불이 번지는 속도보다 빠르다"며 "운영자 한 명이 불법 사이트 500~1000개를 운영하기에 영상이 업로드되면 5분 후에는 영상이 1만건으로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가해자가 감형을 위해 디지털 장의사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최 대표는 "한 달 건수 중 약 절반은 가해자의 삭제 의뢰"라며 "증거 인멸이 될 수 있기에 피해자에게 직접 동의를 받은 후 삭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가해자 다수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데, 불법 촬영물을 촬영·유포·시청하지 않아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들도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게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주의하기보다는 다자가 협력해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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