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유가족 "처벌 약하다"…"위험의 외주화 막아야"
부산지법 동부지원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에서 두 번째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회사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1단독 정왕현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의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정 판사는 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청업체 전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징역 1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크레인 기사에게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2년 11월 2일 오전 9시 42분께 부산 기장군의 해당 건설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불법 개조한 화물 크레인 위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다가 2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검찰은 원·하청업체 모두 안전 대책을 포함한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게 하면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이 전체적으로 범죄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고 있고, 검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해 혐의는 모두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회사는 유가족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대부분 지급하는 등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다"면서 "피고인들은 일단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거나 불법 개조 장비를 원상 복구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하는 노동단체 |
노동단체와 유가족은 처벌이 약하다며 반발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이숙견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구형에 절반도 미치지 않는 내용으로 처벌했다"면서 "재판부가 볼 때 얼마나 반성의 여지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저희 관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처벌"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3년 6개월, 하청업체 대표와 현상 소장에게 징역 2년, 크레인 기사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강기영 민주노총 부산본부 전략조직국장도 "재판에 고인의 아버님께서 있었는데, 내일이나 모레 검찰을 찾아가 항소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너무나 턱없이 낮은 형량이었고 법이 제대로 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상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 사무국장은 "이번 선고형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경우 처벌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이 이윤만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이 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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