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상들과 잇단 통화 "중재 준비" 강조
마크롱 "러 중재 반대"…러 매체 "중동에서 유럽은 무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심각한 군사 충돌로 번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중재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주요 정상들과 대화했다고 언급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준비와 의지는 확고하다. 필요하면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쟁 당사국 대표들과 적절한 채널을 통해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갈등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에 의욕을 보이며 분주하게 관련 정상들과 이스라엘·이란 위기를 논의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이 시작된 지난 1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달아 전화 통화하며 긴장 확대 방지를 위해 중재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1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로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에서 푸틴 대통령의 중재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전화로 중동 지역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등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해결에 적극적이다.
이스라엘, 이란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이 러시아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제 외교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중동 갈등 해결을 통해 러시아가 주도하는 해법의 유효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무조건적 휴전보다는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그린란드를 방문해 "수년간 격렬한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여하고 유엔 헌장을 존중하지 않기로 한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중재역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깊이 관여한 유럽이 중동 문제에서는 지정학적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칼럼에서 "유럽연합(EU)은 더는 주요 협상국 일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미국, 중국,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의 아랍 국가들, 튀르키예 정도가 이 문제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 탓에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러시아에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1일 이란 핵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에서 과잉 생산된 핵 물질을 반출해 민간 연료용으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이날 "이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하지만 적대 행동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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