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AI·에너지고속도로
과거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
민간 창의력 키워 생태계 만드는 게 과제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산업 인프라는 국가가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그 위에 민간이 올라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구상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든 토대가 된 대표적 인프라 정책들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그 예입니다. 전자는 산업화를, 후자는 정보통신 강국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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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아마존웹서비스(AWS)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인프라 총괄 대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인터넷통신망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를 착공해 1970년에 개통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도 없는데 무슨 고속도로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자금 조달과 기술력 확보도 쉽지 않았습니다. 야당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즉각적인 효과를 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이동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주요 도시들이 하나의 산업망으로 연결됐습니다. 이 도로는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단순한 수요 창출을 넘어, 산업화를 위한 결정적 투자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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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외환위기 속에서 또 다른 ‘고속도로’를 제시했습니다. 바로 초고속 인터넷통신망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과감히 정보통신 인프라에 투자했고, 저렴한 인터넷 PC 보급을 추진했습니다. 퇴임 직전이던 2002년, 정보통신 산업의 생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 네이버, 다음, 카카오 같은 국내 IT 기업들이 탄생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결단은 디지털 경제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제시했던 한반도 대운하 구상입니다.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으로, 서울 한강과 부산 낙동강을 운하로 연결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물류비 절감과 관광 활성화, 국토 균형 발전 등을 내세웠지만, 운하가 미래 한국에 어떤 실질적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환경 파괴와 식수원 오염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결국 대운하 계획은 폐기됐고, 대신 4대강 정비사업으로 명맥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질적 경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을 낳았습니다.
당시 정부가 간과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과 3G·4G 확산으로 인한 ‘모바일 혁명’입니다.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인터넷 시대로 전환되던 시기에 정부는 낡은 운하 파기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나마 민간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 덕분에 한국은 4G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고속도로 경제론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고속도로는 물리적 도로가 아닙니다. AI 고속도로는 전국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대용량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값비싼 GPU는 정부가 대신 마련하겠으니, 민간은 그 위에서 창의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전략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접근일 수 있으며,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입니다. 정부는 기반을 깔고, 혁신은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성패는 민간의 활력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을 신뢰하고 지원하는 것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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