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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2학기엔 소풍 가나요?”…‘교사 면책법’ 시행에도 고민 빠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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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023년 5월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이 현장체험학습 나온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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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A초등학교는 지난 3월, 한 달 뒤로 예정된 1학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다. 학교 측은 "개정된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시행 이후인 2학기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아직 현장체험학습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학교 한 관계자는 “여전히 학생들에 대한 안전 우려와 교사 부담이 큰 상황으로, 여름방학이 끝난 뒤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정 학교안전법이 지난 21일 시행됐지만 대다수 학교들은 A초등학교처럼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미루고 있다. 개정 학교안전법은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 의무를 다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2022년 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로 교사가 처벌을 받자 일선 교사들의 요구로 마련됐다. 당시 담임 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2월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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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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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이후 외부 활동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교원들은 사실상 현장체험학습을 ‘보이콧’ 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606곳 중 34.4%(209곳)만 올해 1일형 체험학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78.8%(478곳)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비슷한 시기 교원 600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1%가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법 개정으로 교사 부담이 줄면 상당수 학교에서 자취를 감춘 소풍이나 수련회 등 학교 주도의 현장체험학습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등 1·2학년 남매 어머니인 B씨는 “아들이 운동장에서 상추만 심고 왜 소풍은 안가냐고 물어보는데 2학기엔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학교에 소풍을 건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망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C씨는 "학생 25명을 담임선생님 혼자 책임지는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풍이든 수련회든 안 가는게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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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강원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 등 전국 교원노조가 체험학습 도중 학생 사망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의 무죄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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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들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 법안에 교원의 면책 조건이 되는 ‘의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교원 보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 한 초등교사는 “법에서 말하는 ‘안전의무’의 내용과 업무 범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교사와 학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종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교총 등 교원 단체들은 하루빨리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지금의 현장체험학습은 교사가 기획, 준비, 안전점검, 행정처리 등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데다 일부 시·도교육청 안전 매뉴얼엔 전세버스 기술적 점검 등 전문분야까지 교원에게 맡겨두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교사가 이행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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