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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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요구하는 방위비 인상에 사실상 합의를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나토 집단방위 의무 이행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로 향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나토 헌장의 집단방위 의무 조항(제5조)에 대해 “여러분의 정의에 달렸다. 5조에 대해 여러 정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들의 친구임을 약속한다”며 “나는 생명을 구하는 데 전념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다. 도착하면 정확한 정의를 주겠다”고만 말했다.
5조는 나토의 한 회원국이 침략당할 경우 나토 전체의 침략으로 간주하고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 조항이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의 집단방위 의무를 재고할 수 있다고 압박을 가해왔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향후 10년 동안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인상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국내총생산의 2%를 방위비에 할당하고 있다. 국내총생산 5%로 방위비를 증액하면, 회원국들은 3.5%포인트는 무기와 병력 등 직접적 군비에, 나머지 1.5%포인트는 사이버안보, 송유관 보호 등 포괄적인 방위 대책에 사용한다.
하지만, 스페인은 그런 방위비 목표를 충족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스페인은 적은 방위비로도 나토에 대한 군사적 공약을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위비 인상을 주도하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 문제를 놓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는 외교적 봉합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찬사를 보내, 이번 회의의 원활한 진행에 애쓰고 있다.
뤼터 총장은 트럼프에게 “수십 년 동안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것을 이룰 것”이라며 “유럽은 마땅히 해야 할 대로 크게 지출할 것이고 이는 당신의 승리”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트럼프는 이를 공개했다.
뤼터 총장은 또 트럼프를 만족하게 하려고 정상회의와 최종 성명을 간결하게 줄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언급도 최소화하고, 방위비 공약에 집중하게 했다. 최종 성명에는 러시아를 위협으로 지목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하나, 비중을 크게 할애하지는 않는다. 이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유화적 입장이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임을 반영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열리는 정상회의 본 회담이 아니라 24일 사전 만찬에 초대됐다.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를 별도로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두 정상의 회동은 확정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통령실은 이날 나토가 러시아를 “지옥의 괴물”로 묘사해, 방위비 증액을 정당화하고 걷잡을 수 없는 군사화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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