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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국방비 GDP 5%' 실현 가능성에 의문…트럼프 "역사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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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취임 후 첫 나토 정상회의 폐막
    방위비 5% 인상안 합의…이행은 '글쎄'
    러 언급 줄고 '우크라 가입'도 명시 안 해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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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던 "트럼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나토 회원국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당장 2014년 '국방비 GDP 2% 지출'도 지키지 못한 국가가 부지기수인 탓에 실제 이행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토, 트럼프와 '동맹' 다졌지만 과제 산적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및 핵심 인프라·사이버 등 간접 안보 관련 비용에 1.5% 등 국방비를 총 5%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목표 달성 연도는 2035년이다. 나토 32개 회원국 모두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나토 국방비에 약 4조2,600억 달러(약 5,780조3,940억 원)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단 각 회원국이 목표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장치가 없다.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지 10여 년이 지났으나 회원국의 3분의 1가량이 이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다. 나토는 올해 말에야 모든 회원국이 2%를 달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회원국 간 차이도 크다. GDP 4% 이상을 국방비로 쓰는 폴란드는 나토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반면 스페인은 GDP의 1.3% 수준이다. ABN암로은행 전문가들은 직접 군사비 3.5% 목표조차 "대부분 국가에 비현실적"이라며 "큰 폭의 국방비를 지출할 수 있는 국가는 독일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에이스부르 국제전략연구소(IISS) 유럽 담당 선임고문 또한 "(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공 재정을 갖춘 국가는 독일, 폴란드, 발트 3국과 북유럽 국가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자국 내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국방 예산 증액을 위한 방법은 증세, 사회복지정책 등 공공지출 삭감, 부채 발행 등 뿐이다. 레이첼 리조 대서양협의회 유럽국방전문가는 "유럽 지도자들이 이런 공약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정치적 자본을 투자할지 두고 볼 일"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이번 목표가 재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간 검토가 이뤄지는 2029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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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토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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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비' 증액받고 '관세 인하' 요구할 듯


    발표된 공동성명 분량은 A4 용지 한 장·다섯 문단으로, 그간의 핵심 의제는 뒷전으로 밀린 채 오직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나 지원 언급은 대폭 줄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고만 짤막하게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 목표치'에 대해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 수치"라며 "미국, 유럽, 서구 문명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유일하게 국방비 지출 목표를 거부한 스페인에는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스페인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데, 그들에게 (관세를) 두 배 내게 하겠다"며 "그들은 무임승차하려 하지만, 무역을 통해 우리에게 갚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를 발판 삼아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관세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하며 "이는 일탈이며, 모든 동맹국 내에서 진정한 무역 평화를 회복하고 모든 관세 장벽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은 나토 정상회의 직후인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벌써 견제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서방의 군사 계획을 언급, "이런 시도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도 "나토가 진정 세계 안전에 관심이 있다면 적대적 대립을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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