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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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대한민국 주적이냐’는 물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9·19 군사합의 효력 복원, 통일부 명칭 변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초청 등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포괄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뭔가 (조처) 없이 (북한이 대화에) 과연 나오겠느냐’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연합훈련 연기는)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2017년 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3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연습 연기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한 게 (남북대화의) 물꼬를 텄던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1월 새해 첫 통화에서 연례 연합군사훈련 연기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후보자는 ‘한-미 연합훈련 연기로 우리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한미연합훈련이 너무 공격적이다, 중단하겠다는 건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직접적인 약속이었다. 미국 대통령도 중지하겠다는 걸 한국 지도자가 눈치봐야 하냐”며 “한-미 연합훈련이 아니면 대한민국 안보 흔들린다는, 소아적이고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언급한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6월12일 제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적(provocative)이며 고비용”이라고 비판하며 중단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후보자는 ‘북한=주적’ 규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은 주적이 아니고, 우리의 적도 아닌 것이냐’고 추가로 묻자 “위협”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무인·유인 비행체를 보내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북한 동향을 감시하는 수단으로는) 인공위성도 있고, 고고도 정찰비행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때 중단된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효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새 정부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한다는 의결로 우리가 일방적 조치, 선조치를 할 수 있다”며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남북이 함께 (군사합의의 효력을) 재확인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청문회 도중 김기현 의원이 정 후보자를 “북한 대변인 같다”고 한 것을 두고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정 후보자는 “제 인격에 대한 모욕이자 새 정부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의원으로서 소신”이라며 맞섰고,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위원장은 “후보자 말을 들어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정 후보자는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펙 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1일 개장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만큼 이를 고리로 남북 간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통일부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반도부가 대안 중 하나”라고 했다.
이밖에도 통일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서 통폐합된 남북회담·교류협력 분야 조직을 복구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고, 북한이탈주민 업무 주관은 다른 부처로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 가족의 태양광 사업과 농지 불법 매입 의혹에 대해서도 질의응답이 오갔다. 김기현 의원은 “농지 취득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농지를 사놓고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아 공직자재산등록 법률도 위반했다”고 지적하자 정 후보자는 위장 전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산 신고가 안 된 농지에 대해 “등기가 안 넘어온 상태라 재산등록에 누락돼 있다”고 했다. 태양광 업체 보유에 대해선 “선거에서 낙선하고 귀향했을 때 생계형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영지 김해정 김채운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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