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페미니스트 교사 왜곡 논란
"학내 문제를 '악인 응징'으로 단순화"
웹툰 '참교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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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소속 감독관들이 폭력으로 문제 학생을 응징한다는 내용의 웹툰을 넷플릭스가 드라마로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원단체와 청소년단체 등이 제작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62개 단체·개인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한국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참교육'의 제작 중단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드라마 제작과 방영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이 지난 7일부터 확산돼 62개 시민사회단체와 1,000여 명의 시민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은 학교 내 체벌 금지 탓에 교권이 붕괴하자 교육부 산하에 '교권보호국'이 설립돼 이곳 소속 감독관들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체벌과 폭력을 행사해 학내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이 웹툰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았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감독관이 페미니스트 교사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참교육'이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내 비리 등 교육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악인을 응징한다는 단순 구도로 만들어 그 과정에서 체벌과 인권침해를 당연한 해결책처럼 제시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적인 교육을 실현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역사적 성과를 한순간에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드라마는 교권 보호를 빌미로 학생 인권을 짓밟고, 학교 내 폭력을 정당화하며 사회적 분노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소비한다"며 "교육과 청소년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 기준조차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와 제작사 지티스트는 드라마 제작을 즉각 중단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작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이행하며 △정부는 교육과 아동·청소년 관련 콘텐츠 제작 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김지연 전교조 부위원장은 "(웹툰 참교육은) 페미니스트 교사를 학생들에게 사상적인 세뇌를 하려는 집단으로 왜곡해 묘사했다"며 "또 인종차별적인 욕설 표현으로 북미 웹툰플랫폼에서는 연재가 중단되고 사이트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단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 환경을 위협하는 콘텐츠 제작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웹툰이나 드라마가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문제적으로 다뤘다가 교원단체 등의 반발을 산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웹툰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달 초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이 웹툰은 여성 교사와 초등학생 간 연애 감정을 소재로 했다. 교총은 이를 두고 "아동 대상 그루밍 범죄(미성년자와 유대 관계를 쌓아 환심을 얻은 뒤 저지르는 성범죄)를 미화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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