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겨냥' 모양새 피하기 난제
美 통상, 韓 안보 패키지에 냉랭
위성락(왼쪽) 국가안보실장이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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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는 개념을 담고 있는 '동맹 현대화' 문제가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서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처음 확인됐다. 한국은 '미국 측 요구를 한국이 수용한다면 그만큼 통상 분야 협상에서 미국 측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맹 현대화는 관세협상 이후까지 이어질 중장기적 논의 과제다. 이번 협상을 기점으로 주한미군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측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미 간 협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부 관계자는 이날 "동맹 현대화 문제가 '안보 패키지의 틀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동맹 현대화 범주 안에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증액, 방위산업 협력 등이 지금 진행되는 안보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며 "우리가 동맹에 기여하는 만큼 통상 라인에서 진행되는 관세·비관세 분야에서 미국이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골적인 中 겨냥 모양새 피하는 게 난제
'동맹 현대화'는 대북 억제에 맞춰졌던 동맹 군사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미국 측 요구가 반영된 개념이다. 한미 모두 적시하고 있진 않지만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동맹 차원에서 견제하자는 뜻을 함의한다.
이 관계자는 "동맹을 인태 지역에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한미가 수십 년간 공유해온 개념"이라며 "안보 패키지가 다뤄지는 관세 협상에서 동맹 현대화가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1954년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한미 둘 중 하나가 태평양 지역에서 공격받으면, 다른 한 나라가 자국 안보 위험으로 인정하고 각자의 헌법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한미 간 '이견'은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맹 전력을 인태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한국군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한국 측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조차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를 한국이 수용한다면 그만큼 통상 분야 협상에서 미국 측의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소식통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자는 미국 측의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국군은 자체적인 (대북) 방어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필요성에 관한 양국 간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한미동맹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
안보 분야 공감대, 통상 라인으로 전달 아직인 듯
다만 '통상·안보 패키지'에 대한 미 측 반응은 현재까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당초 국방비 증액, 방산 협력 등 동맹에 대한 한국 측의 기여를 앞세워 한국의 대미 투자액 등 통상 분야에서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상에선 이에 대한 루비오 보좌관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제·통상 채널에선 안보와 통상을 여전히 분리해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소식통은 "안보 분야에서 논의된 공감대가 미국의 통상 라인 협상 채널에 전달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실장이 최근 두 번째 방미에서 루비오 보좌관뿐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까지 두루 접촉한 것도 안보 패키지에 대한 미 측 통상 관계자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31일쯤 미국을 찾아 루비오 장관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동맹의 가치를 강조해 통상 분야 협상에 힘을 실어주는 게 조 장관의 목표"라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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