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7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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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각)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에는 ‘뉴욕~스코틀랜드’로 이어진 연쇄 회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협상단이 전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미국의 강한 요구를 방어하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동원하는 설득 작전도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비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서로 ‘트럼프 역할’을 맡는 모의연습까지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망을 통해 원거리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현지의 장관들과 협상 상황을 공유했고, 협상 타결이 임박한 시점에는 24시간 보고 체계를 유지하며 새벽까지 직접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 고위공직자 워크숍 강연에서 “(부담감 때문에) 이빨이 흔들렸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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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보고 알게 된 ‘트럼프 담판’
30일 오후(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협상단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이뤄졌다. 구 부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오늘일지 언제일지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회담장에 들어왔다.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고, 배석한 장관들은 대통령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본·유럽연합(EU)과의 협상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펜을 들고 즉석에서 수치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제안한 투자 금액은 회담 내내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오케이’ 사인을 주는 분이 아니다. 협상의 달인이더라”라며 “한국이 가져간 안은 3500억달러보다는 낮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역할극에,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최종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위해 협상단은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일종의 모의고사 비슷하게 서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맡는 ‘롤플레이’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로 질문해보고, 어떻게 답변할지 연습하는 등 굉장히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여 본부장은 “여러가지 논리로 설득하다가 어느 단계부터는 2008년 광화문 100만명 촛불집회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에게 보여줬다”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31일 새벽까지 직접 보고받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마감일로 설정한 시한이 다가오자 대통령실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예정된 3차 비상경제점검 티에프(TF) 회의까지 늦춰가며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31일 “전날 열린 티에프 회의를 유심히 보셨는지 모르지만 (이 대통령이) 10분 늦게 모두발언을 시작했다”며 “대통령과 3실장만 모여 1시간20분 정도 (회의를) 했다. 그것을 하시느라 (티에프 회의) 시작을 늦췄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30일 오후 외교망을 통해 이뤄진 이 대통령과 구 부총리, 김 장관, 여 본부장의 점검회의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모들 사이에선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이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말도 나왔다. 상황은 밤사이 급변했다. 이날 밤 대통령실에선 “미국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나쁘지 않아 꽤 괜찮게 마무리된 것 같다. 내일 아침 이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예정이다”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김 실장은 “저는 오늘(31일) 새벽 2시건 3시건 (이 대통령에게) 전화하고 보고했다”고 했다. 새벽 6시,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으로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협상대표단과 만난다. 긴급 브리핑이 있을 수 있다”는 알림 문자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전파됐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이본영 고경주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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