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수씨, 성직자 모친 따라 美체류…"체류기간 남아있다" vs "종료"
성공회 뉴욕교구 규탄 회견…모친 김기리 신부 "말 안 되는 상황 벌어져"
고연수씨 석방을 촉구하는 문구와 꽃 |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성직자인 모친을 따라 미국에 거주하며 현지 대학에 다니는 20세 한국인 대학생이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미 이민당국에 붙잡혀 억류 중이다.
미국 성공회와 이민자 권리보호단체들은 이민당국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합법적 체류 신분이 있는 사제 자녀를 부당하게 억류했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공회 뉴욕 교구, 뉴욕이민연대 등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CE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성공회 사제인 김기리 신부의 딸 고연수(20)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매슈 헤이드 주교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의 이민자 정책은 혼돈의 정책이자 잔혹함을 요체로 가지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고씨의 석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말했다.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는 이날 회견에서 "망명 신청 심리나 영주권 심리 등을 위해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적법절차 원칙을 적용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그런 권리가 박탈당한 채 구금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하는 성공회 뉴욕교구 주교 |
고씨의 모친 김기리 신부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여성 성공회 사제다.
고씨는 지난 2023년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올해 연말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민 당국은 잘못된 법률 해석을 적용해 체류 신분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고씨 측 주장이다.
고씨는 지난 7월 31일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해 심리 기일을 오는 10월로 연기받고 법정을 나서던 중 ICE 요원들에 의해 기습적으로 체포됐다.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로 구금된 고씨는 조만간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김 신부는 "갈아입을 옷과 안경을 들고 면회를 신청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라며 "다른 구금시설로 이송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어디로 갈지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고연수씨 석방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 |
ICE는 최근 단속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법정을 나서는 이민자들을 영장 없이 붙잡아 추방하는 단속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이민법원 청사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ICE 요원이 서류미비 이민자를 체포하는 데 영장이 요구되지는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ACLU의 마이클 탄 이민자권리 프로젝트 부국장은 "법정 출석이라는 의무를 준수하는 사람들을 기습해 체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은 공포와 무법의 통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이민자 추방 정책이 지속되면서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도 억울한 피해자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40) 씨가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왔다가 공항에서 붙잡혀 억류되기도 했다. 김씨는 텍사스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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