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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중국판 N번방 사건'에 대륙 발칵...참여자만 10만 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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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파크 수둥룬탄' 텔레그램 채팅방
    구독자 20만 명 넘는 하위 그룹도


    한국일보

    중국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해 익명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디지털 성범죄 '마스크파크 수둥룬탄' 사건이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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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과 성착취물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공유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다. 네티즌들은 수십만 명이 참여한 집단 디지털 성범죄라는 점에서 '중국판 N번방'이라 부르며, 엄벌을 요구하는 등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그룹에서는 불법 촬영 장비까지 판매


    3일(현지시간) 중국 남방도시보와 영국 로이터통신 등은 '마스크파크 수둥룬탄'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비밀리에 촬영된 여성들의 사진과 영상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중국 남성들로 추정되는 이 채팅방에는 익명 사용자 10만 명 이상이 모여 있다. 채팅방과 연계된 최소 20개의 하위 그룹 중에는 구독자가 22만 명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 그룹은 성착취를 목적으로 피해자 유형이나 신체 특징, 특정 상황 등을 기준으로 분류돼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일부 그룹에서는 불법 촬영 영상 장비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물컵, 멀티탭 등 일상생활 속 물건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으며, 공중화장실, 지하철, 쇼핑몰 심지어 병원 초음파실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진·영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계정 등 개인 정보까지 함께 유포되기도 했다.

    지난달 채팅방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각종 폭로가 이어졌다. 중국 SNS 웨이보 등에서 네티즌들은 여자친구, 부인, 딸, 심지어 어머니를 몰래 촬영한 음란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중국 SNS 샤오훙슈에는 "왼손에 '인(忍)'이라는 문신이 있는 여성의 집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니 조심하라"는 피해자를 향한 경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 "중국판 N번방" 공분



    한국일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마스크파크 수둥룬탄' 스크린샷. 바이두 캡처


    중국 네티즌들은 마스크파크를 '중국판 N번방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공분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은 2018~2020년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로, 한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제도적 변화를 이끈 사건이다. 주범 조주빈과 문형욱에게는 각각 징역 40년, 36년형이 선고됐다. 로이터는 촬영 장비 판매까지 연계된 형태로 이뤄진 이번 마스크파크 사건에 대해 "한국의 N번방보다 더 은밀하고 구조적으로 자율화된 디지털 착취 네트워크"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N번방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텔레그램이나 바이두, 큐큐(QQ) 등 암호화된 통신 서비스나 해외 서버를 이용한 익명 플랫폼을 이용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 여성들이다. 하지만 텔레그램 익명 채팅방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쉽지 않아 반복되는 피해에도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허술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가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중국 형법은 도청 또는 촬영 장비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할 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다. 또, 불법 촬영 카메라가 빈번히 설치되는 호텔 등 시설 운영자에 대해서도 명확한 책임 규정을 두지 않아 불법 행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도 하다. 연합조보는 "이런 사건의 대부분이 경미한 행정처벌로 해결되며, 형사 처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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