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애플 등 ‘긴급구조 사각지대 해소 회의록’ 단독 입수
‘5년 줄다리기’ 애플, 자체시스템 들어 사실상 ‘거부’
HELO, 신속성·정확성 ‘의문’에도 품질 결과 공개 우려
아이폰 긴급구조 사각지대, 경찰 등 위치 파악 어려워
애플 아이폰17 시리즈 국내 공식 출시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아이폰17 프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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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권제인·고재우 기자] 아이폰 이용자 ‘1000만명’ 긴급 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애플이 경찰청, 소방청 등의 긴급 구조자 위치 정보 요구에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면서다.
더욱이 위치 정보 제공에 삼성 스마트폰은 약 1초가 소요된 것과 달리, 아이폰은 무려 20초가량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애플에 국내 방식에 맞춘 위치 정보를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애플 본사까지 나서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헤럴드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긴급구조 사각지대 해소 회의록’에 따르면 애플은 정부의 긴급구조를 위한 위치정보 확대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져 온 회의에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비롯해 소방청,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이통 3사, 삼성전자 등이 참여했다.
애플 아이폰17 시리즈 국내 공식 출시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아이폰17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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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정보 요청에 애플, 자체 방식 들어 ‘거절’= 5년째 이어진 회의에서 정부는 ▷기지국·위성항법시스템(GPS)·와이파이 및 제3자 제공 ▷긴급구조 위치 정보 제공 시간 연장 ▷긴급구조 위치 정보 품질 측정 등을 애플에 요구했다.
우선 방통위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긴급 구조를 위해 국내 방식에 맞춰 기지국·GPS·와이파이 등 측위 기술별로 위치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세 방식을 조합할 경우 위치 기준 충족률, 정확도, 응답시간 등에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위치 정보 제공 방식인 ‘HELO’를 고수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HELO는 긴급구조 전화를 건 이용자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HELO 고수는 방통위 요청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트레이 포게티(Trey Forgety) 애플 긴급시스템 전략 담당은 “아이폰의 HELO는 여러 측위 기술을 활용해 산출한 매우 정밀한 위치 정보”라고 했다. 의식이 없을 때 등 긴급구조 당사자가 요청에 나서기 어려울 시 필수인 제3자 긴급구조 요청에 대해서도 “글로벌 정책, 개인정보 이슈, 아이폰 보안성 등 측면에서 적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행 긴급통화 종료 후 ‘5분’까지만 제공되는 위치 정보 제공 연장 관련에는 “해킹 위험, 단말기 배터리 소모 등을 들어 설정한 시간”이라며 “제공 시간 연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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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O 정확한 위치 정보 제공? 피해자 위치 못 찾는다= 문제는 애플이 고수 중인 HELO의 ‘신속성’ ‘정확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긴급구조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방통위가 발표한 ‘2024년 긴급구조 위치 정보 품질 측정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 S24 울트라의 위치 ‘응답시간’은 기지국(1.4초), GPS(1.7초), 와이파이(2.4초)였다. 반면 아이폰은 위치응답에 약 20초가 소요됐다.
삼성전자 단말기는 기지국·GPS·와이파이를 모두 활용한 위치 정보가 제공된다. 갤럭시 S24 울트라의 ‘위치정확도’는 기지국(25m), GPS(12.7m), 와이파이(18.7m)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이폰은 긴급통화 종료 후 5분까지만 GPS·와이파이를 이용한 위치 정보를 내놓는다. 5분이 지난 후에는 ‘기지국’을 통해 수집된 정보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줄기차게 애플에 기지국·GPS·와이파이 등 정보를 요구하는 이유다.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중앙점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를 살펴보고 있다. 갤럭시 S24 울트라는 2024년 긴급구조 위치 정보 품질 측정 결과에서 빠른 응답시간과 높은 위치 정확도를 보인 바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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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애플은 품질 측정 결과 발표 시 제기될 위치 정보 품질 논란에 대한 우려를 먼저 들었다. 포게티 담당은 “위치 정보 정확도와 응답시간은 양자택일(Trade-off) 관계로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분석·계산, 정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약 20초 정도가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아이폰의 위치정보 품질 측정 결과를 공개할 경우, 자사 정보의 품질이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과 발표 전 사전협의를 요청했다.
정부와 애플의 핑퐁 게임이 계속되는 사이 안타까운 일이 왕왕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서 발생한 피자가게 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해 정밀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피해자가 아이폰 이용자였던 탓에 최초 신고 20분 만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방통위는 “긴급구조 위치 정보 품질측정은 응답시간 뿐만 아니라 위치 기준 충족률, 위치정확도 등 다양한 항목을 측정·분석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품질 측정 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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