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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8 (토)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다"…기후 앞당긴 소비, 방한전쟁 조기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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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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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10월 첫 한파가 몰려오자 유통업계의 겨울 장사가 예년보다 한 달 앞서 개막했다. 짧아진 가을과 길어진 겨울이 소비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기온 하락과 함께 패딩·핫팩·발열내의 매출이 일제히 뛰면서 패션·편의점·백화점 모두 겨울 대비 전략을 조기 가동 중이다.

    최근 여름이 길고 가을이 짧아지는 계절 압축화 현상이 뚜렷해지며 소비 패턴 자체가 계절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10월이 사실상 '겨울의 시작점'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CU의 내부 데이터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간 즉석 원두커피인 핫 아메리카노 매출이 전월 대비 112.7% 급등했다. 캔커피(20.3%), 꿀물(20.1%), 컵국(97.6%) 등 따뜻한 음료·식품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감기약과 스타킹 매출은 각각 26.5%, 38% 늘었다. CU는 이 같은 소비 변화에 맞춰 핫팩과 발열 내의, 경량 패딩을 두 달 앞서 진열했다. 지난해보다 8주 빠른 겨울 시즌 개막이다.

    짧아진 가을은 소비자의 행동 양식도 바꾸고 있다. 과거 11월 이후로 여겨지던 방한 소비가 올해는 10월의 기본템으로 자리 잡았다. 날씨 변화가 실용 소비를 자극하며 간절기·겨울 겸용 제품이 주요 매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패션업계는 이런 변화에 맞춰 시즌 전략을 한 달 이상 앞당겼다. 네파는 그래핀 안감과 RDS 인증 구스다운을 적용한 '에어 써밋'을 조기 출시했다. 투습성과 경량성, 휴대성을 모두 강화한 하이테크 다운으로 간절기부터 한겨울까지 착용 가능한 멀티 시즌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

    K2 역시 방풍과 통기 기능을 결합한 '에어다이브'를 선보였다. 고어(GORE)사와 공동 개발한 윈드스토퍼 원단과 비보(VIVO) 충전재를 사용해 내부 열기와 습기를 배출하면서도 보온성을 유지한다. 안감에는 그래핀 소재를 더해 열 전도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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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브랜드의 대응도 빠르다. 탑텐은 9월 말부터 '에어테크' 경량 패딩과 '온에어' 발열 내의를 출시했다. 기능성과 가성비를 결합한 이 제품은 일상복과 이너웨어를 겸할 수 있어 소비자 반응이 빠르다.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는 앰버서더 아이유 화보를 통해 코듀로이 바시티 패딩을 전면에 내세우며 겨울 시즌 캠페인을 조기 개시했다.

    백화점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어그(UGG)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2025 F/W 신제품을 공개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기후 리셋 소비'로 정의한다. 짧아진 가을로 인해 F/W 시즌의 시작이 앞당겨지고 제조·물류·마케팅 전 과정이 조기화되는 구조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패션·유통산업이 사실상 '2시즌 체제(여름·겨울 중심)'로 바뀌고 있다"며 "상품 기획과 생산 일정이 1~2개월씩 당겨지면서 예측 판매와 재고 관리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의 핵심 경쟁력도 선제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편의점·백화점·패션 플랫폼 모두 날씨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 타이밍을 정교하게 조정한다.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는 기후 대응을 '판매 기술'로 전환하는 중이다.

    실제 브랜드들의 캘린더도 완전히 재편됐다. 과거 11월이었던 F/W 시즌 매출 피크는 이제 10월 초로 앞당겨졌다. 5월 기획·7월 생산·9월 판매 구조로 이동하며 계절을 읽는 속도전이 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4~2025 패션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웃도어는 전체 패션 소비의 9.5%를 차지하며 약 7조원대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스포츠(12.3%), 골프(5.5%) 등과 함께 구성된 스포츠웨어군 전체 소비액은 22조6538억원으로 전체의 27.3%를 차지했다. 특히 아웃도어 부문은 봄·여름 시즌에는 경량 재킷과 레저용 의류, 가을·겨울 시즌에는 패딩과 방한 아우터 중심으로 수요가 높아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전체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방한 의류는 필수 소비재로 남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딩 수요가 작년보다 한 달 이상 빨라졌고 일부 브랜드는 조기 리오더에 들어갔다"며 "소비자 체감온도에 맞춘 타이밍이 매출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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