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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1 (화)

    시리 부활에 나선 애플, AI·iOS 혁신으로 14년 만의 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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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전 10월 초, 애플은 무대에 팀 쿡, 필 실러, 스콧 포스탈이 올라 iOS 5, 아이폰 4S, 그리고 역사상 가장 중요한 iOS 기능이었던 시리를 공개했다. 당시 무대에는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가 있었다. 잡스는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시리는 최초의 진정한 ‘음성 비서’로, 스티브 잡스가 미래의 기기 사용 방식을 바꿀 핵심 인터페이스로 확신했던 기술이었다. 잡스는 시리를 애플에 인수하기 전까지 공동창업자에게 24일 연속으로 전화를 걸며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시장을 연 것은 애플이지만, 곧 여러 경쟁사가 뒤를 따랐다. 애플이 보통 늦게 진입해 완성도를 높이는 기존 방식과는 정반대의 사례였다. 너무 일찍 뛰어든 탓에 초기 설계의 한계가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 결과, 애플은 10년 넘게 시리를 개선하려 애써왔지만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기능으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기반 기술로 전환하는 지금이 시리를 재구성할 절호의 기회지만, 애플은 아직도 ‘더 똑똑한 시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초창기의 시리가 단순히 신기한 수준이었다면, 이제 시리는 애플의 미래 핵심 중추가 되었다. 하지만 이 핵심의 불안정한 상태는 오히려 향후 애플 전체 제품 전략에 대한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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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는 애플의 미래 제품 라인업을 떠받치는 주춧돌과도 같다. 그러나 지금의 시리는 금이 가고 먼지 쌓인 주춧돌로, 사실상 교체가 필요하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챗봇과 에이전트의 부상은 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를 완전히 교체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관련 책임자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그 과제는 비전 프로(Vision Pro)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 마이크 록웰에게 넘어갔다.


    록웰은 과거 비전OS 환경에서 시리를 중심 기능으로 만들려다 한계를 경험한 인물이다. 당시 록웰은 시리에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지금은 자신이 비판했던 시스템을 직접 고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내부적으로 신망이 두터운 만큼, 이번 인사는 강등이 아니라, 시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애플의 절박한 구원 요청으로 보인다.


    시리를 몇 년간 사용해온 사람이라면 “이게 왜 지금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애플워치에 “3분짜리 티 타이머 설정해줘”라고 말하면 대체로 잘 작동하니까다. 문제는 이제 기술 기업이 AI 시스템과 결합된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훨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역에서 애플은 확실히 뒤처졌고, 그 결과 록웰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애플은 이미 ‘더 똑똑한 시리’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설계된 제품들을 만들었지만, 그 시리가 아직 등장하지 않아 문제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WWDC 2024에서 공개한 AI 에이전트 기능이다. 공개된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2026년에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스마트 홈용 디스플레이 기기를 거의 완성해놓고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에코 쇼나 구글 홈 허브에 대응하는 이 제품은 시리의 고도화와 iOS의 앱 인텐트(App Intents) 시스템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팀 쿡은 하드웨어가 준비됐는데 소프트웨어 때문에 출시를 못 하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애플은 하드웨어에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에 약한 회사로 전락해버렸다.


    또 다른 문제는 스마트 글래스다. 애플은 최근 메타의 스마트 레이밴을 견제하기 위해 이 제품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에어팟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진출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웨어러블 기기는 결국 시리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 에어팟 역시 훌륭한 제품이지만, 지능형 시리가 탑재된다면 훨씬 더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메타가 예고한 2세대 스마트 글래스에는 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예정이며, 애플이 출시를 미룬 홈 기기에 들어갈 위젯 기반 인터페이스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리 기능이 완성되지 못한 탓에 제품이 멈춰 있는 셈이다.


    이제 시리의 문제는 주변 기기 수준을 넘어, 아이폰 자체의 경쟁력으로 번졌다. 경쟁 스마트폰 제조사는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세웠지만 냉정히 말해 아이폰의 지능화·자동화 스토리의 핵심은 여전히 시리다. 그리고 시리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시리를 미래형 플랫폼으로 진화시키지 못한다면, 아이폰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곧 애플의 존재론적 위기다.


    물론 희망도 있다. 만약 애플이 자체 AI 기술을 시리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더라도,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외부 파트너의 모델을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시리보다는 훨씬 진보된 성능을 제공하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제품 출시를 가속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전략적으로도 파트너 모델을 활용하면, 애플은 시간을 벌어 자체 모델을 완성한 뒤 점진적으로 외부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면, AI 음성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AI 열풍이 과장되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 중심의 상호작용은 확실히 기술 발전의 핵심 방향이 될 전망이다.


    14년 전, 시리는 세상을 바꿨다. 그러나 그 후 정체에 빠졌다. 이제 시리는 다시 한 번 애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애플의 미래 제품 전략 전체를 구할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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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son Snell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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