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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5 (토)

    [사설] "중국인 3대 쇼핑 방지 입법" 국민의힘, 수권 정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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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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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등 3대 쇼핑 방지법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0일 “우리 국민 역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중국인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입법 방침을 밝혔다. 그는 “2만 원이 안 되는 건강보험료를 내고 7,000만 원에 육박하는 혜택을 받은 중국인 사례도 있다”며 중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하는가 하면, “중국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여 많은 ‘왕서방’들이 우리 국민에게 월세를 받아가고 그사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스러져간다”고 했다. 공당 당직자가 법적인 보편타당성을 무시한 채 특정 국가 국민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고 비방하는 건 무책임하다.

    김 수석부대표는 “우리 땅을 밟는 외국인과 중국인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혈세를 ‘먹튀’하는 사례가 멈추지 않는다”고 했으나, 근거가 희박하다. 외국인으로 인한 건보 재정수지 흑자는 매년 늘고 있고, 2020년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중국인 가입자로 인한 적자 폭이 1,200억 원이나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보유 외국인 비율은 미국인이 중국인을 앞지를 뿐 아니라 중국인 보유 주택은 서울·경기 지역 차이나 타운을 중심으로 실거주 목적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외국인 주택 거래량이 전체 집값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은 것도 아니다. 제도적 결함이나 빈틈을 노려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내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엄단하고, 상호주의에 어긋난 제도라면 여야협의를 통해 정비하면 될 일이다.

    국민의힘의 중국인 공격은 일부 국민 사이의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사리분별 없이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반중 시위는 혐오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반미 시위는 모른 척한다"며 갈라치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이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선진국 품격에도 걸맞지 않거니와,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외교, 안보, 경제 분야에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언동이다. 수권 정당이라면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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