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기준 보험 가입률 0.5%
소상공인 “보험료 절반 지원해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국가가 산재 기금에서 치료비 등을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보험료는 전액 사업주가 부담한다. 1964년 도입 당시에는 근로자 500명 이상인 광업·제조업 사업장에만 적용했지만,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돼 지금은 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한 모든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 산재보험은 근로자 보호가 목적이기 때문에 사업주(자영업자)는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외적으로 300명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본인이 원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영세 사업장일수록 산재 위험이 높아 사업주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발생률은 1.11%로 전체 업종 산재 발생률(0.66%)의 배 가까운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자영업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극히 미미하다. 작년 7월 기준 0.52%에 그쳤다. 보험료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현국 |
노동부는 앞으로 자영업자들의 보험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최근 1년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을 선별하고, 산재보험 현장 수요 등 실태 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부터 보험에 가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추후 자영업자뿐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전 국민 산재보험’도 추진한다. 단계적으로 전 국민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산재보험 의무 가입이 부담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도 좋지 않은데 산재보험료까지 내라고 하면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진다”면서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 정도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퀵서비스 기사 등 노무제공자들은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이때 플랫폼 사업주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정부도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보험료 일부를 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영세 사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산재보험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확대되면 산재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전체 보험 가입자는 2020년 1897만명에서 2023년 2211만명으로 늘었다. 백석대 산학협력단의 ‘산재 기금 중기 재정 전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보험의 수입·지출 구조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현재 흑자인 보험 수지가 2030년 적자로 돌아서고 기금 이자 수입 등을 제외한 순수입을 적용해 추산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출 대비 적립금 비율이 2033년 7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 산재 가입’이 실현되면 재정 악화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산재보험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질병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가 산재보험 기금에서 치료비 등을 지급하는 제도. 보험료는 근로자 월급에 업종별 보험료율(올해 평균 1.47%)을 곱해 산정함.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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