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경축대회’에서 한 기념연설을 통해 “인민의 믿음에 충실하기 위해 더 열심히 분투할 것을 확언”했다고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80돌을 맞아 새 전략 핵미사일 ‘화성포-20’형을 공개하며 체제 유지와 향후 경제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우방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보는 앞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다시 한번 과시하며, 자신들의 높아진 전략적 위상을 뽐내려는 전략적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북의 최종 목표인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하는 경제 발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북-미 관계 개선과 남북관계의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전체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핵 위협’을 당장 멈추고, 남북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대화에 하루속히 응해야 한다.
북은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엔 북이 지난달 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처음 존재를 공개한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새 엔진을 탑재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20’형도 모습을 드러냈다. 통신의 지난달 8일 보도를 보면, 새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1971kN(킬로뉴턴·약 200t의 물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추진력)에 이른다. 이 설명이 맞다면, 화성포-20형은 북이 지난해 10월 말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자랑했던 화성포-19형(고체연료 사용, 다탄두 추정)과 더불어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치명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광경을 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등이 지켜봤다.
김 총비서는 앞선 9일 경축대회에선 1990년대 초 냉전 해체와 함께 찾아온 위기에 대해 “사실상 정권을 유지하고 제도를 수호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미제의 가증되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하여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선 핵 개발에 성공하며 체제를 지켜냈고,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해 동안 잘 투쟁하면 우리가 이상하는 목표”인 경제 개발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현재 정세를 바라보는 북의 기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총비서가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국방발전-2025’ 연설 발언)라며 남을 향해 노골적인 핵 위협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리 없다. 북은 상대를 위협하는 도발적인 언동을 그만 멈추고, 북-미 대화를 시작으로 남북 관계를 안정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 남에선 이미 신뢰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denuclearization)만을 내세우지 않고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를 균형 있게 추진해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겠다(엔드·END)”는 분명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