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 및 자동차업체들과 위성통신 서비스 논의 중
2017년 미국 마운틴뷰에서 설립된 스카일로는 독특한 위성통신 업체다. 위성통신이란 인공위성을 이용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그런데 이 업체는 자체 인공위성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다른 업체의 위성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기존 스마트폰으로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업체가 최근 국내 진출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방한한 스카일로의 비제이 크리슈난 부사장과 피트 살라디노 해외 마케팅 총괄, 이 업체와 협력하는 하만 인터내셔널의 슈만 세라 부사장을 만나 국내에서 어떤 서비스를 선보일지 들어 봤다.
스카일로의 비제이 크리슈난(오른쪽부터) 부사장이 하만 인터내셔널의 슈만 세라 부사장, 피트 살라디노 스카일로 해외마케팅 총괄과 함께 서울 용산의 트윈시티남산 건물에서 인터뷰를 하며 스카일로 국내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카일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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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필요 없는 위성통신 기술 개발
위성통신이라면 인공위성과 통신하기 위한 커다란 접시 안테나를 먼저 떠올린다. 또는 과거 모토로라가 국내에서 제공하던 벽돌만큼 커다란 전용 위성전화기 '이리듐'을 기억한다.
그런데 스카일로는 거대한 위성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다이렉트 투 디바이스(D2D) 기술을 개발했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 전자장비 등에 들어가는 통신용 모뎀칩에서 전 세계 이동통신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 3GPP가 제정한 3GPP R17 기술규격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들어있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모뎀칩과 퀄컴, 미디어텍 등의 최신 모뎀칩에서 이 규격을 지원한다. 따라서 이 칩들을 장착한 스마트폰에서는 별도 장비 없이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살라디노 마케팅 총괄은 "기존의 거대한 안테나가 위성통신의 장애물이었다"며 "안테나가 필요 없는 D2D 기술을 이용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카일로는 바이어셋, 에코스타 등 인공위성을 갖고 있는 업체들의 위성을 빌려 36개국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위성 발사나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살라디노 마케팅 총괄은 "지구의 75%에 해당하는 바다처럼 지상의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위성을 이용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상 이동통신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동으로 위성망에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위성통신의 특성상 국경을 따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동통신은 해외에 나가 이용하려면 로밍이나 유심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위성은 지구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단일 통화권이어서 해외에서도 로밍 등을 할 필요가 없다.
비제이 크리슈난 스카일로 부사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국내 위성통신 서비스를 위해 국내 이동통신업체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스카일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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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통사들과 계약 추진
그렇다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경우가 SOS 같은 긴급구조 발신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5와 구글의 '픽셀9' 스마트폰, 중국 오포의 스마트폰 등에서는 이동통신망이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SOS 신호를 위성통신으로 보낼 수 있다. 살라디노 마케팅 총괄은 "지난해 8월부터 스마트폰과 스마트시계 등에 스카일로 접속 기능이 들어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8개국에서 사용 중"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장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갤럭시S25의 위성을 이용한 긴급 구조발신은 국내에서 아직 이용할 수 없다. 미국 등에서는 버라이존 등 현지 이동통신업체들이 이 기능을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도 산간 등 이동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는 곳에서 사고나 고장 등 비상상황에 놓였을 때 긴급구조 발신을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는 용도로 위성통신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카일로는 하만을 비롯해 LG전자, 현대기아차, 독일 BMW 등과 협업하고 있다.
원래 하만카든 스피커로 유명한 하만은 산하에 마크 레빈슨, JBL, B&O 등 유명 오디오 상표를 거느린 오디오 명가다. 그러나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뒤 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을 강화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장치, 차량용 오디오 등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하만과 스카일로의 제휴를 사실상 삼성전자와 스카일로의 협력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위성통신을 이용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하만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차량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 필요한 자동차용 통신장치(TCU)로 스카일로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모뎀칩이 들어간다. 하만의 세라 부사장은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많은 자동차업체와 차량용 위성통신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며 "위성통신을 통해 원격으로 연료전지 상태 등 차량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위성통신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반려견 목걸이도 등장했다. 또 물류회사들은 바다 위 화물추적 등에 위성통신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스카일로는 국내 통신업체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외국통신업체가 국내에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내 지사를 설립해 통신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국내 통신업체와 제휴를 맺고 이들을 통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 스카일로는 후자를 택했다. 크리슈난 부사장은 "스카일로는 기본적으로 도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판매하지는 않는다"며 "국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내 이동통신업체들과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이통사들이 평소에 이동통신을 제공하다가 이동통신망이 연결되지 않는 지역에서 위성서비스를 대체재로 제공할 수 있다"며 "그만큼 이통사와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국내 서비스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크리슈난 부사장은 "정부의 행정절차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서비스 시기를 말하기 힘들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는 지원 결정 후 1년 정도 지나면 이용할 수 있으나 차량 서비스는 몇 년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하만의 세라 부사장은 "차량을 이용한 서비스 시기는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자동차업체들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스카일로와 협력하는 하만 인터내셔널의 슈만 세라 부사장이 자동차 전자장치를 이용해 자동차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카일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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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과 지원 기기 확대가 관건
관건은 스카일로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의 확대 여부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칩을 통해 앞으로 나올 갤럭시 스마트폰에 위성통신 기능을 계속 지원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스카일로는 말을 아꼈다. 살라디노 마케팅 총괄은 "지원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말할 내용"이라며 "미래의 기기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협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비용도 문제다. 위성통신이 추가되는 만큼 이동통신 비용이 늘어나면 이용자들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살라디노 마케팅 총괄은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위성통신을 이용한 긴급구조전화 등을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며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위성통신 제공을 위해 비용을 추가 부담하겠다는 응답자가 43%"라고 말했다. 크리슈난 부사장은 "이동통신업체들은 혁신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시장 경쟁을 위해 스카일로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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