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숙 ‘모방과 차이, 공명과 불협’
가수 김완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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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돈나’ 가수 김완선은 1986년 데뷔해 국내 가요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전까지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가수가 부재했던 건 아니었지만 김완선은 솔로와 그룹을 통틀어 춤을 가창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첫 주자였다. 제작자의 치밀한 기획과 훈련을 통해 완성됐다는 점에서 K팝의 시초로 불리기도 한다.
대중음악학자인 송화숙 전북대 예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모방과 차이, 공명과 불협’에서 김완선이 ‘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뿌리 깊은 관념을 흔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춤이 일탈, 탈선, 방종, 불건전과 동의어처럼 인식되고 여성 가수들에게도 ‘절제된 몸짓’이 요구되던 사회에서 “여성-몸-춤을 둘러싼 모든 위험과 제약의 역사와 정면으로 대결”을 시작한 인물이 김완선이었다는 분석이다.
책에는 김완선 외에도 1950년대 활동했던 일본 가수 미소라 히바리부터 최근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국내 밴드 자우림까지 한·중·일 3개 국가의 여러 세대, 다양한 장르의 여성 음악가가 등장한다. 이미자, 덩리쥔(등려군), 리샹란, 밴드 쇼넨 나이프의 이야기도 있다.
모방과 차이, 공명과 불협·송화숙 지음·책과함께 발행·212쪽·1만8,000원 |
저자는 이들을 통해 장르의 문법과 무대의 시각화 속에서 여성(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형됐는지 추적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모방과 혼성’ ‘공명과 불협’의 역학도 들여다본다. 저자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에서 흔히 언급되는 혼종성을 단순한 섞임으로 보지 않고 교섭과 갈등, 다양한 요소가 뒤섞이는 착종과 협상의 과정이란 점을 강조하며 음악 외 의상, 안무, 여성성의 시각화, 대중의 수용 등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찾아낸다. 서로 다른 국가, 세대, 장르의 여성 음악가들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와 몸이 어떻게 구성·변형됐는지 추적하는 방식으로 젠더 담론과 대중음악 연구를 결합한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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