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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교대, 중증장애 이유로 입시 성적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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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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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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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립교육대학교에서 지원학생이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적을 조작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위계공무집행방해’로 판단해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한 국립교대 입학사정관 A씨는 지난 2018학년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을 3차례 이상 조작했다고 밝혔다.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장애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이다.

대학 수시모집에서 성적조작은 1차 서류에서 학생의 점수를 바꾸거나 2차 면접에서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A씨는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을 만점에 가까운 점수에서 최종적으로는 최하점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A씨는 성적을 조작한 이유로 ‘팀장의 지시’를 꼽았다. 입학관리팀 팀장 박모씨가 A씨가 해당 학생에게 만점에 가까운 960점을 준 사실을 알고 점수를 내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880점으로 내리자 팀장은 최하점인 700점까지 내리도록 재차 지시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팀장은 2017년 10월 19일 A씨에게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이름을 거론하며 “OOO, 880에서 700으로 만들어 가지고 편차를 만들어 줘. OOO만 880에서”라고 말한다. A씨는 “거부하자 팀장이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점수를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성평가라 해도 평가지표가 있고 거기에 따라 점수를 줘야 한다”며 “관리자의 압력에 의해 성적이 조작됐다면 명백한 입시부정이다”고 말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성적은 평가자의 고유영역이다. 다른 사람이 바꾸거나 간섭할 수 없다”며 “고유영역을 침범한 것이기 때문에 성적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교대의 방침에도 평가자 외에는 점수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열람조차 금지돼 있다.

중증장애인은 초등교사 될 수 없다?
A씨는 팀장의 성적조작 지시가 지원 학생의 ‘중증장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팀장은 A씨가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면접에 대해서도 중증장애를 가진 학생들(시각장애 2급, 지체장애 2급)에게 낮은 점수를 주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팀장은 2017년 10월 25일 A씨에게 “날려야 한다”며 “내가 작은, 일반 대학이라면 신경도 안 쓰겠는데,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 제대로 되겠나”라고 말했다.

A씨가 “저의 가치관하고는 맞지 않다”며 지시를 거부하자 팀장은 “(중증장애인은) 학부모 상담도 안 될 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 된다. 그건 안 되지”라며 “기본적으로 이런 애들은 특수학교 교사가 돼야지. 왜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그러겠어? 특수교사가 싫다는 거잖아. 자기도 장애인이면서”라고 말했다.

팀장은 ‘총장’까지 거론하며 “내가 웬만하면 이렇게 날뛰지 않는데”라며 “그런데 총장이 하는 말이, 총장 입에서 ‘과락(성적이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일) 처리를 하라’고 어떻게 말을 하겠어. 그런데 뉘앙스가 그냥 면접 때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해당 학교 입학요강을 보면 중증장애인에 대한 제한은 없다. 장애인 등록이 돼 있고 특수교육법 제15조 규정에 의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상이등급자로 등록이 돼 있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다. 정신장애와 자폐성장애에는 제한을 뒀다.

김진훈 숭의여고 교사는 “입학요강에 기재가 돼 있다면 이를 고려해 지원 자체를 안 할 텐데 기재된 조건이 아닌 다른 조건으로 지원 학생을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본창 정책국장도 “지원자격에 위배되지 않으면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한다”며 “이럴 거면 입학요강에 장애 4~6급만 지원 가능하다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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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교대의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입학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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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에 알렸지만 징계는 없었다
A씨는 “이후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당시 교무과장과의 면담에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며 “학생 선발 관련한 부분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추후에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교무과장은 “큰일인데…”라고 말한 다음 “지켜보는 게 문제가 아니고 지금 이미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기에는 늦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결국 해당 팀장은 성적 조작 지시에 대해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1차 서류조작은 물론이고 A씨가 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도 관리자가 면접관에게 ‘떨어뜨리라’라는 말을 한 것 자체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며 ‘추상적 위험범’을 언급했다.

추상적 위험범은 어떤 행위가 실제로 위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으면 범죄의 구성 요건이 충족되는 범죄를 의미한다. A씨는 “팀장 앞에서는 알겠다고 했지만 실제 면접에 들어가서는 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측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유감스럽다”며 “다만 A씨는 위계에 의한 성적조작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목된 팀장은 ‘협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재판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은 “A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학교 역시 피해자다”라며 “다만 재판 과정에서 학교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드러난다면 회피할 생각은 없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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