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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세계 코로나 상황

"병에 소변" 고발에도… 미국 내 아마존 첫 노조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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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창고 직원 찬반 투표서 반대 과반
"투표 과정서 사측 불법" 추진파, 고소 예고
'설립 쉽게' 노동법 개정 계기 작용 기대감도
한국일보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달 26일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미국 도소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사무실 주변에서 열린 아마존 창고 직원들의 노조 결성 지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버밍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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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소변을 봐야 할 정도로 노동 조건이 열악하다는 고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도 결국 소용없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직원들의 미국 내 첫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불발됐다.

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미 남동부 앨리배마주(州) 베서머의 아마존 창고 직원들이 실시한 소매ㆍ도매ㆍ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찬반 투표에서 반대표가 찬성표의 두 배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어느 쪽이든 과반이면 이기는데, 총 투표 수 3,215표 중 반대가 1,798표, 찬성이 738표였다. 500표가량은 사측 또는 노동자 측의 이의 제기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투표 자격은 5,876명에게 주어졌다.

노조 설립이 추진된 건 미흡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전반적으로 나쁜 근무 환경 등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져서였다. 아마존 노동자들이 병을 갖고 다니며 거기에 소변을 본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지난달 보도에 사측이 ‘그 얘기를 정말 믿는 거냐’는 식으로 대응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바람에 이달 초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2월 초부터 거의 두 달간 진행된 투표는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고, 지난달 말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위터에 “앨라배마주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할지 투표하고 있다. 이는 고용자의 협박ㆍ위협 없이 이뤄져야 할 중요한 선택”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아마존의 노조 결성 추진 움직임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노조 조직은 애초 힘겨운 싸움이었다고 미 CNN방송은 돌아봤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사업장 고용주가 상대인 도전이었던 데다 다른 지역보다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남부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사측은 미 평균 대비 2배의 최저임금과 괜찮은 수준의 복지를 부각하며 노조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줄곧 강조했다.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을 창업한 뒤 25년 넘게 미국 내 무(無)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 왔다.

노조 결성을 막지 못하면 아마존은 잃을 게 너무 많았다. 미 전역 직원들이 잇달아 비슷한 시도에 나설 게 분명하고 그럴 경우 자칫하면 95만여명에 달하는 미국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베서머 창고가 미국의 첫 노조 사업장이 되는 것을 저지하려 대대적인 전투를 벌여 온 아마존에게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RWDSU와 노조 결성을 추진한 쪽은 이번 투표 과정에서 사측이 거짓말과 속임수, 불법 활동을 동원했다며 이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투표 기간 사측은 화장실 문마다 전단을 붙이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한편 의무적으로 반(反)노조 회의에 참석할 것을 직원들에게 종용했다. 또 노조 추진파는 아마존의 잘못된 사업ㆍ노동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좌절되기는 했지만 이번 시도가 노조 설립을 쉽게 하는 방향의 노동법 개정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노동계에서는 커지는 분위기다.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메리 케이 헨리 위원장은 개정안이 나오기 전 “바이든 대통령과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이 맥도널드와 아마존 등 대기업에 노동자,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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