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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 미·중 전쟁 속 한국 "결국 강해져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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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한국은 분단국가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서로 총구를 겨냥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갈라진 건 우리 의지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으로 대립한 미국과 소련 영향이다. 쉽게 말해 강대국 사이 갈등에 휘말린 것이다.

결국 한반도가 나뉜 건 우리가 약소국이어서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금 강대국 사이에 놓였다. 이번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와 자동차 업체를 불러들여 '반도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의를 주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인사말로 함께 했다.

회의에 삼성전자와 TSMC가 초청된 이유는 "어서 미국에 공장을 증축해라"로 해석된다. 압박이다. 지난해 360억달러(약 40조 28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보다 삼성전자가 받는 압박 강도는 더 셌으리라 짐작된다.

미국은 자국이 생산하는 반도체 10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길 원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업체에서 논란이 된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은 아니다. 반도체는 안보와도 직결돼있다. 무기 시스템에는 모두 반도체가 쓰인다. 결국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의를 주재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 손을 쉽게 들어주기도 어렵다. '큰 손'인 중국이 미국을 경계하며 또다른 압박을 주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칼 송 화웨이 사장은 13일 한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은 화웨이를 제재한 미국 탓"이라며 "한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공급사슬을 다시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큰 시장을 미끼로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행보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공장 증축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좋은 조건만 내민다면 공장 증축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에도 실적 상승을 이룰 좋은 기회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미국에 끌려가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자립에 나선 상황이라 찝찝함도 있다.

결국 강해져야 한다. 과거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국방력이 더 강했더라면 한반도는 지금쯤 갈라서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교훈처럼 한국은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돼야 한다. 현재 잘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과 함께 비메모리 영역도 육성해야 한다.

기업 힘만으론 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미국은 정부와 의회가 나서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조 2500억달러(약 2510조 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500억달러(약 55조 8000억원)가 반도체 분야에 투입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반도체 자급률 상승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쏟고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1조위안(약 176조 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자립에 나서고 있다. EU는 최대 500억유로(약 66조 8000억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조용하다. 미국, 중국, EU에 비해 정부가 취한 행동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반도체 생산이나 외교 문제 등을 삼성전자 등 기업에 맡겨놓고 뒷짐지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을 때도 조용했다. 약 4개월 뒤에야 업체들을 모았다. 대만 TSMC 등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촉구하는 등 외교에 나선 유럽 국가들과는 대조된 모습이었다.

이번 백악관 초청 회의에서도 삼성전자와 짧게 미팅을 가졌다고 알려졌을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정부의 탄탄한 지원 아래 반도체 사업 육성을 하고 있다면, 한국 기업은 나홀로 성장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과 자본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미국과 대만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메모리 영역도 강화해 미국, 중국처럼 반도체 자립 꿈을 실현해야 한다고.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그렇지 못하면 결국 우리 기업은 미국, 중국 등 거대 국가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이다.

반도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건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 목소리를 경청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조선해양 등 반도체·전기차·조선업계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했다.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9일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주최하며 업계와 소통 자리를 만들었다.

중요도가 점점 커지는 반도체 시장 상황 속에서 업계와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길 바라 본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중국 눈치를 보며 경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역할이지 않을까.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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