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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 가족들 밤낮으로 점호 “가족만 안전하면 탈영 속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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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나온 지난달 27일, 14세 소녀 판 에 퓨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잃었다. 부모님의 만류에 거리 시위에 나가지 못한 그는 군경을 피해 달아난 시민에게 현관문을 열어줬다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았다. 판 에 퓨 이외에도 이날 11살 소년과 7살 무슬림 소녀 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집 근처에서 놀던 1살 난 유아조차 한쪽 눈에 고무탄을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쿠데타 이후 군부 총격에 사망한 청소년 또는 어린이는 최소 5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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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인들이 지난달 27일 국군의 날을 맞아 수도 네피도에서 열병식을 진행하고 있다. 네피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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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탄압을 수행하는 것은 미얀마의 젊은 군인들이다.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13일 군부가 정보통제와 함께 군 가족들을 볼모 삼아 군인들을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그간 군인과 경찰을 투입해 시민들의 시위를 진압해 왔다. 하지만 양 집단의 대응은 조금 달랐다. 경찰들과 그 가족 백여명이 시위대 탄압 명령을 어기고 국경지역으로 망명한 것과 달리, 군인들은 좀처럼 군대를 등지지 않았다. 최근 한 달 군부가 탄압의 강도를 높이면서 양곤의 진압 작전에 투입된 77사단 대위 등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탈영 인원은 소수에 그쳤다.

군인의 가족들이 인질처럼 군부에 잡혀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 샨주에 배치된 528경보병대대에서 탈영해 시민 불복종 운동에 합류한 린 엣 아웅 대위는 미얀마 나우에 “군 기지 내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군부에) 납치돼 있다”며 “만약 어떤 군인이 탈영을 원한다면, 그는 반드시 가족들을 데리고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군인들이 군부의 명령에 따라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은 군부가 무고한 시민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가족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군 병력의 75%가 군대를 떠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얀마의 군인들과 그 가족들은 군부가 제공하는 거주지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다. 쿠데타 이전에도 군인 가족들의 이동은 제한됐지만, 현재는 제약이 심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쿠데타 이후 상부의 허가 없이는 15분 이상 거주지를 떠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러한 거주지에서는 군 가족들을 대상으로 밤낮으로 점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는 군 장교의 부인인 A씨는 미얀마 나우에 “(군 거주지 내의 군인 가족들은) 보안 목적 외에는 외출할 수 없다”며 “그들은 밤낮으로 줄을 서서 자기들의 이름을 부른다. 망명자들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군인들은 남편에게 ‘승진하고 싶냐, 아니면 1~2년 감옥 갔다 올거냐’고 물으면서 남편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들은 내가 남편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군 기지에서는 정보의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A씨는 “그 곳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군인들은 ‘미야와디(군부가 소유·운영하는 방송국)’에서 본 모든 것을 진짜라고 믿는다”며 “군인들은 이번 쿠데타가 정말로 지난해 총선의 선거 부정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고 있고, 1년 뒤에는 (군부가 약속한 대로)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가 열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군대를 습격하기 시작한 소수민족 무장세력에 의해 포로로 붙잡힌 군인들도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소민족 무장단체인 카렌전국연합(KNU)의 소 보 조 헤 부사량관은 미얀마 나우에 “최근 생포된 병사들은 고위 장교들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지도도 받지 않고 그저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며 “그들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은 가족과 접촉도 없고, 소셜미디어에 접근할 수도 없으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들의 정신 건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고 했다.

일부 군인들의 이탈이 가시화되자 군부는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얀마 군부의 2인자인 소 윈 부사령관은 지난 10일 만달레이 지역의 군사훈련 학교를 방문해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갈 곳에만 가고, 논의할 것만 논의하고, 할 것만 해야 하며, 어울릴 수 있는 사람과만 어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의 선전에 주의하고 군부 내에서 계속 단결력을 쌓아라”고도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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