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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남은 시간 7년… 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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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인터뷰

비 온 뒤, 하늘이라 푸르렀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아무래도 웃는 표정을 짓기에는….” 사진 기자의 주문에 조 교수가 망설였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렇다. 파란 하늘인데 우울한 과학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가 저자로 참여한 다른 책도 구입해 읽었다.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책의 부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긴급메시지’다. 조 교수가 쓴 챕터의 제목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12년’이었다. 책 발간일을 확인했다. 2019년. 2년 전이니 이제 남은 건 10년이다(그는 인터뷰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남은 시간은 7년”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2년간 우리가 한 일이 뭐가 있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2년을 허송세월한 셈인가. 지난 4월 13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선 그것부터 물었다. “300여 시민단체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어요. 지역 단위에서도 연합해 지역 이름으로 단체가 구성돼 있고요. 내가 알기로는 시민단체들이 기후를 주제로 이렇게 연합체를 구성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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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이야 그렇다 치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 그러니까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를 쓴 상품이 아니면 받지 않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유럽은 탄소국경세 논의를 유럽의회 차원에서 하고 있고,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물건을 생산한다면 거기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는 겁니다. 그런 관세를 맞는다는 것은 수출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기후변화 대응 차원을 떠나 당장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의 길로 가야 하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완성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로드맵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던데요.

“정부안은 나와 있어요. 탄소중립은 2050년에 달성한다고 선언했어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를 열어 지구온도 상승을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된 2℃가 아니라 1.5℃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의했거든요. 2018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20억t이었습니다. 1.5℃를 확률 50%로 막으려면 5800억t 이내로 배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남은 시간이 14년입니다. 3분의 2, 그러니까 66~67%로 막으려면 4200억t으로 배출을 제한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확률 50%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3분의 2 확률로 막으려면 2018년 기준으로 10년이 남았다는 것이거든요. 2018~2020년 3년 동안 어떤 특별한 조치를 전 세계적으로 취한 것이 없잖아요. 3년을 그냥 날린 거죠. 그러니 현재는 7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년의 시한마저 날리게 된다면요.

“7년이 지난 시점에 지금보다 0.5℃ 상승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기후는 원인에 따라 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연현상이 있거든요. 정오에 햇볕은 가장 세지만 기온이 가장 높은 것은 오후 2~3시가 됐을 때죠. 햇볕이 땅바닥을 데우고 그 열로 공기를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계절적으로 6월 22일 하지 때가 햇볕이 제일 세요. 그런데 실제 기온은 8월 초쯤, 그러니까 한달 반 이후가 돼야 가장 높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표면이 따뜻해지는 데 한달 반이 걸려요. 공기 중의 온실가스 증가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40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2020년도 초반에 호주에서 7개월 동안 가뭄이 있고 산불이 났는데 이건 지금 현재의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우리가 2000년대 초반, 1990년대 배출한 것의 결과이거든요. 현재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40년경쯤 1.5℃를 넘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는 어떤 상황입니까.

“인천 IPCC 총회에서 논의된 것은 2010년 기준으로 2030년이 되면 45%로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전년대비 매년 15%씩 줄여야 합니다. 1998년 IMF 환란 때 우리나라는 GDP가 5%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5%가 떨어졌어요. 다시 말해 배출량을 연간 15%를 줄인다는 것은 IMF 환란 때와 같은 일종의 전시상황으로 그 사회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2030년까지 45%만 배출해야 하니 앞으로 10년 이내에 55%를 줄여야 합니다. 2030년 이후에 조금씩 줄여 나머지 45%를 20년에 걸쳐 줄여야 합니다. 초반에는 과잉해 쓰는 것이 많으니 줄이는 것이 수월한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필수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니 어렵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안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24.4%를 줄인다고 돼 있는데 국제기준인 55%에도 못 미치고 2010년 기준으로 15%밖에 줄이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에 24.4%이니까 나머지 약 75%는 2050년까지 남은 20년에 줄이겠다는 것 아닙니까. 앞부분은 조금 줄여놓고 뒷부분에 왕창 줄이겠다? 이건 숙제를 먼 훗날 미래세대에게 넘겨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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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안자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네요.

“유엔에는 회의가 2개 있어요. IPCC 과학자들이 모여 합의하는 모임이 있고, 정책결정권자들이 모이는 유엔 회의가 따로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나 파리기후협약 같은 것은 여기에서 맺어지는 겁니다. 이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1.5℃ 대응을 위한 당사국 총회를 2020년에 해야 했는데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영국에서 하도록 돼 있어요. 만약 여기서 1.5℃ 합의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엄청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10년 내에 55%를 어떻게 줄여요. 합의가 돼도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합의가 실패하면 1.5℃가 넘는 기후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합의에 성공해도 큰일이고, 실패하더라도 기후위기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파국적인 상황의 모습은 어떨까요. 영화 <2012>나 <투모로우> 같은 상황이 전 세계적이지는 않더라도 국지적인 수준에서는 겪게 되는 겁니까.

“실패한다면… 지난해 1월에 국제결제은행(BIS)이 낸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속칭 ‘그린스완’ 보고서로 불리지요. 거기서 기후 위험의 특징을 정의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들은 어쨌든 끝이 났습니다. 자연재난이나 감염병, 전쟁 최근 들어 금융위기까지 말이죠. 물론 굉장히 많은 피해도 봤지만, 회복이 됐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라는 위험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위험과 달리 일단 일어나면,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회복 불가능성’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과 전혀 다른 유형이에요. 이것은 자기 파국적인 위험상태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회복이 불가능하니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막아내야 합니다.”

-기후변화 부정론 같은 음모론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겐 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요. 200년 전에 백인주류 남성사회에서 노예제를 없애자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습니다. 100년 전에 여성참정권을 이야기하면 감옥 갈 일이었고요.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이거든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만들어내어 위대해졌다고 했어요. 돈은 물질적으로 보면 종이쪼가리인데 우리의 삶을 지배해요. 그 종이쪼가리가 교환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버리면서, 인간이 만든 어떤 세계보다 우리의 삶을 지배해버렸잖아요. 모든 제도나 시스템도 다 허구입니다. 인간이 믿어버렸기 때문에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이거든요. 혁명적인 상황에서 사회는 그 어떤 한순간에 확 바뀔 여지가 있어요. 새로운 세상에 공감하고 믿어버리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상상 못 할 힘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바꾸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믿어야 해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생산 이익은 생산자의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반면,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일어난 기후위기는 생산자의 책임 없이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해요. 이러한 제도화된 무책임으로 인해 자연은 생산 ‘과잉’으로 파괴되고 사회는 서로 간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며 공동체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붕괴된 곳에서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생존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울리히 벡은 기후위기를 ‘해방적 파국’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없었더라면 지구환경과 공동체를 박살 내고 오직 성장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이게 삶인가보다’라고 살았을 거예요.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도 지켜내야 하고 공동체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성찰을 하게 해요. 그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선생님 강의나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한 게 지금 대기학과 교수님들은 예전 식으로 말하면 전부 운동권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가, 이런 게 궁금하긴 하던데요.

“인간은 인식과 행동이 꼭 일치하지는 않잖아요. 과학은 증거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고 반드시 반증, 검증해야 합니다. 과학은 확증된 절대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고 반증과 검증된 잠정적 진리를 찾는 것입니다. 다른 증거가 어디서 나오면 내일이라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과학은 물질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론입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책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1월 말 타계한 부인 전영신 박사께서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압니다. 다른 저서 계획은 없습니까.

“원래 ‘푸른 하늘, 그리고 붉은 지구’로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파란하늘, 빨간지구’로 고치라고 조언했죠. 파란하늘은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고, 빨간지구는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책을 낸 뒤 지금까지 쓴 칼럼으로 또 한권의 책을 만들 분량은 되는데 그럴 생각은 없어요. 한다면 개정증보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용을 보완하고 더 다듬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은퇴한 사람인데, 책이 나오니 여기저기에서 불러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대기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됐어요. ‘저 사람을 보니 나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과학만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시켜 새 영역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해야 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인데, 젊은 친구들이 해줘야 해요. 나는 빨리 사라져야 하고요. 하하.”

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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