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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공정위 ‘쿠팡 총수’ 딜레마···네이버에 한미FTA 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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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원조’ 네이버는 올해 10조이상 대기업될 듯

쿠팡의 ‘총수’ 자리를 두고 논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총수 없는 기업집단’에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 내리면서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한국 쿠팡 모기업)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 못 하는 법적 근거라도 있느냐”며 김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을 주장했다. 반면, 네이버ㆍ쿠팡 등 IT 대기업에 ‘재벌 총수’ 딱지 붙이기식 규제를 지속하는 건 시대 변화에 뒤처진 기업 정책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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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3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한국 특파원들과 화상 기자간담회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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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쿠팡이 다음달초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든다. 카카오(2016년), 네이버ㆍ넥슨(2017년), 넷마블(2018년)에 이어 IT 기업으론 다섯번째다. 쿠팡 한국법인 ‘쿠팡 주식회사’의 국내 보유 자산은 약 5조 1200억원(2020년말 기준).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면 관계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 거래도 공시해야 한다. 특히,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총수)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감시한다.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이 된다면, 그의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ㆍ4촌 이내 인척 등과 거래가 모두 공시 대상. 김 의장이 CEO로 있는 미국 본사(쿠팡Inc) 산하 해외법인들의 거래도 국내에 공시해야 한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10.2%(의결권기준 76.7%)을 보유했다.

법인 쿠팡이 동일인이 된다면, 쿠팡과 산하 국내 계열사들의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쿠팡 이츠ㆍ풀필먼트 등은 모두 쿠팡의 100% 자회사.



이게 왜 중요해



쿠팡 논란은 한국식 총수 경영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구(舊)제도가 글로벌 자본투자로 성장한 신(新)산업에 적합한지 묻고 있다. 최근 대기업 반열에 오른 IT 기업들은 순환ㆍ상호출자가 없고, 혼맥으로 얽힌 친족 경영도 거의 없다. 국내외 인재를 영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편이다.



이전엔 무슨 일이?



‘IT 대기업 총수’ 논란은 2017년 네이버가 먼저였다.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가 ‘네이버 총수’로 지정됐다. 이 GIO는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별도 면담까지 갖고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을 바랐지만, 실패했다.

ㆍ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이 4%로 낮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개인을 총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네이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는 이해진”이라고 결론 내렸다.

ㆍ2018년 이해진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지분도 3.73%로 줄였다. 그러나 공정위 판단은 그대로다. 현재 네이버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17%), 2대 주주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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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창업자(왼쪽)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모두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총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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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총수)은 왜 지정해?



1987년 도입된 제도다. 당시 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성장한 소수의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억제하기 위해 나온 한국식 규제였다. 특히, 총수가 소수 지분, 즉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걸 막겠다는 명분이 강했다. 당시만 해도 자본시장 역할이 미미해 기업을 감시할 주체도 별로 없었다. 1984년 기준 10대 그룹 기업공개 비율은 24.1%에 불과했다.



총수 지정 기준은?



법령 등 외부에 명시된 기준은 없다. 총수의 직간접 지분율과 경영 활동서 드러나는 영향력을 근거로 공정위가 ‘사실상 지배’ 여부를 심사해 지정한다. 다만, 공정위는 외국계 기업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될 경우, 동일인을 옛 공기업(포스코ㆍKT 등)처럼 법인으로 지정해왔다. 가령,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주주이지만 동일인은 에쓰-오일㈜, 한국지엠도 최대주주는 미 제너럴모터스(GM)이지만 동일인은 한국지엠㈜이다.



그런데, 쿠팡은 다른가?



쿠팡도 법적으론 에쓰-오일·한국지엠 같은, 외국기업(쿠팡Inc)의 한국 자회사다. 또 쿠팡Inc의 최대주주는 일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지분 37%)이며, 이 펀드의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국부펀드. 다국적군이 쿠팡을 키웠다.

김 의장이 쿠팡 동일인이 되면, 쿠팡Inc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쿠팡Inc의 거래 내역을 모두 국내에도 공시해야 해, 쿠팡이나 주주들은 거북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사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민 서울대 로스쿨 교수(국제법)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한미 정부가 상대 국가의 투자자를 제3국의 투자자와 차별하지 않기로 한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아람코 대주주인 사우디 왕실을 한국 에쓰-오일의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듯, 쿠팡Inc에 똑같이 대우했는지 미국 정부가 사후에 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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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최근 3년 매출 증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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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고민은



공정위 안팎에선 공정위가 ‘동일인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IT 대기업이라고 사익편취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일인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동일인 제도는 공정위도 오래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참에 기업집단에 관한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한국경쟁법학회장)는 “80년대엔 상상도 못 하던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어 현재 동일인 제도를 유지하는 건 기업 성장에 족쇄가 될 수 있다”며 “규제 목적의 공정거래법 외에, 기업집단의 실체를 인정하는 쪽으로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총수의 국적보다 실제 달라진 기업 경영 관행에 맞게 동일인 제도를 개선해야 악용 사례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 알면 좋은 것



네이버가 올해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산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다. 카카오에 이은 두 번째 자산 10조원대 IT 대기업이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서 네이버와 자산 규모가 유사했던 넥슨 역시 10조원 돌파 가능성이 있다.

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ㆍ순환 출자가 금지되고, 자회사에 채무보증도 설 수 없다. 금융ㆍ보험사는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규제가 강화된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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