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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이끈 산틸리 ‘양념 배구’, 비법은 골고루 용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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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체질 변화 모두 잡은 산틸리 리더십

외국인·주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맹훈련 거친 벤치멤버에도 기회

부임 1년 만에 대한항공 통합우승

떠나지만 한국배구에 화두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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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지난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5차전 경기에서 이긴 뒤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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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잘 즐기셨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가 해냈다.”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56) 감독은 17일 인천 계양구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기자단 인터뷰를 이렇게 시작했다. 자신감 넘치는 일성에는 그간의 설움도 담겨있는 듯했다. 국내 남자 프로배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부임 1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 시즌을 보냈지만, 돌발 행동과 다혈질적인 모습으로 논란도 따라다녔다. 그는 “처음 왔을 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승으로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뒤에야 털어놓은 말이었다.

■ 팀의 체질을 바꾼 산틸리 감독


올 시즌 산틸리 감독은 성적과 팀 체질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젊은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벤치 멤버도 골고루 기회를 줬다. 대신 강도 높은 훈련이 따라왔다. 부임 때 “좋은 재료에 양념을 치는 정도”라고 밝히고, 선수들에게 직접 파스타를 해주는 등 부드럽던 모습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변했다. 선수들 입에서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임동혁(22)과 오은열(24)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꼽힌 정지석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622점)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득점 6위에 올랐다. 1∼5위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팀 전체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리그 초반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가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중도에 이탈했음에도 대한항공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챔피언결정전 때 대한항공의 강점은 극적으로 드러났다. 챔피언결정전은 선수들 입장에선 체력적 부담이 극심하다. 대한항공은 3차전까지 1-2로 밀리던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산틸리 감독은 “3세트 교체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친 요스바니(30)와 한선수(36) 대신, 임동혁과 유광우(36)를 투입해 체력을 안배한 것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총 7명을 교체 투입했지만, 우리카드는 3명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선수층 부족이 아쉽다”고 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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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지석이 지난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5차전 경기에서 득점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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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틸리 감독은 떠나지만…


산틸리 감독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을 떠난다. 1년짜리 계약을 두고는 아쉬움과 안도가 교차한다. 일각에선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온 산틸리 감독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한편에선 구단과 소통 문제를 겪고 리그에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 등으로 논란을 불러왔던 산틸리 감독이 떠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산틸리 감독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그가 남긴 한국 배구에 대한 질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틸리 감독은 주전 선수 중심으로 팀을 운용하는 V리그에 새로운 용병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에도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할 전망이라서, 한국 배구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산틸리 감독의 말처럼, “세계 여러 나라의 배구는 모두 색깔이 다르고, 한국에서도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인천/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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