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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이동훈의 촉] ‘윤석열은 보수 아니다’ 주장, 석사 논문으로 검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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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말하자면 차기 유력 주자입니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대선출마선언은 물론이고 정치 참여 의사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가 어떤 이념 성향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여러 사람들의 전언과 과거 발언을 통해 추측하고 있을 뿐입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그가 ‘진짜 보수 맞냐’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월간조선 최신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학원 시절 쓴 석사 논문을 입수했다며 보도했습니다. 윤총장의 석사 논문은 28살이던 1988년 1월 나왔습니다. 그는사법시험을 9년 만에 합격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겁니다. 논문 주제는 ‘미국 집단소송에 있어 대표요건에 관한 연구’ 집단소송 대표자의 지위와 법적 근거 등을 미국의 사례에 비춰 분석한 것이라고 합니다. 윤 총장이 논문을 쓰던 시점에 집단소송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생소한 제도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소송 사례는 1987년 서울 망원동 수재로 피해를 본주민들의 소송이라고 합니다. 이 소송을 주도한 이가 인권 변호사로 유명했던 고 조영래 변호사라고 합니다. 윤 총장이 집단소송 관련 논문을 쓴 배경엔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윤 총장은 평소 검사들에게 “법률가라면 존경하고 배워야 할 분이 조 변호사”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논문을 읽어본 월간조선 기자는 “논문만 봐서는 사회현안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대체로 진보적인 색채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당시 집단소송이란 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문을 썼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월간조선은 논문지도 교수였던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인터뷰했습니다. 당시로는 진보적 주제인 집단소송을 가지고 논문을 썼으니 윤총장이 반시장주의자 아니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송교수는 “그런 잣대를 적용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도 있어서는 안 되는 기구다. 공정위도 엄밀히 말하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反)하는 것이잖나? “라고 답합니다.

집단소송이라는 건 한마디로 거대자본과 거대권력을 견제하는 장치입니다. 자본시장 내에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있어야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더욱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송교수는 윤총장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확실히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윤석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나’는 질문에는 “윤군, 이 사람은 독서를 아주 많이 했다”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 서적은 물론 인문 관련 서적까지 폭넓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법대생들은 대개 사법고시 준비를 위해 법률 서적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윤군은 그러지 않았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는 “뭐…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자기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단정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할 순 없다. 다만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아주 우수하다. 사람들을 보듬는 포용적인 리더십도 있다. 학생 때부터 그런 인상을 받았다” 제자에 대해 좋게 말해주는 것 인지상정이겠죠. 어쨌든 평가는 아주 후합니다.

윤 총장의 이념성향과 관련해 한가지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2019년 7월 윤 총장은 검찰총장에 지명됩니다.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당시는 조국 사태가 터지기 전입니다. 정권과 윤총장의 관계가 나쁘지 않을 때입니다.

후보자는 청문회전 미리 자신의 입장을 서면으로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합니다. 서면답변서입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어떻게 답했을까요.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합니다.

‘우리나라의 주적은 어디인가’라는 질의에 “대한민국의 주적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류와 협력은 필요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대하여는 엄정 대처해야 한다” 이렇게 답합니다. 2018년 한반도 평화 무드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을 때입니다. 정권이 지금도 그렇지만 어쨌든 북한과 잘해보려고 할때입니다. 그런데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시 신문들이 이런 내용을 윤총장의 ‘돌직구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합니다.

당시 청문회에서 검사출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이렇게 묻습니다. “이런 것으로 봤을 때 윤총장은 오히려 보수 쪽에 가까운, 굳이 진보와 보수를 가른다면요 보수 쪽에 가까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는 오히려 먼 부분이 많다고 저는 사실 생각한다” 국회 속기록에 나와있는 내용입니다. 백혜련 의원이 한번 더 묻습니다. “본인의 성향이 더불어민주당과 일치하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일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요?” 윤 총장의 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사실 보수진영에서 ‘윤총장이 보수가 맞냐’ 이런 의구심을 던지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관한 윤석열의 당시 생각, 그리고 지금의 생각 이걸 묻는 거라고 봅니다. 그가 아무리 자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인물이다 이런 주장이 나와도 지금 감옥에 있는 두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털어내지 않고는 보수진영의 지지를 100%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의 이념 성향에 대한 질문 이걸 답하더라도, 다른 난해한 질문이 또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첩첩산중이 아니라 첩첩질문. 이런 게 윤석열이 처해있는 상황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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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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