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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둘러싼 세계 각국 분열…백신 도입의 고차원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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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개발 스푸트니크V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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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세 줄 요약

1)러시아 : 스푸트니크V 효과 '짱짱맨'

2)세계 각국 : 저걸 써? 말아?/ 니편내편 옥신각신

3)우리나라 : 고민... 고민... 고민... 또 고민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였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 의회에서 "(국내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 19 백신 이외에) 새롭게 다른 나라들이 개발해 접종하고 있는 백신을 경기도에서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를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이 백신이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선택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스푸트니크V 백신을 포함한 백신 공개 검증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입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스푸트니크V를 허가하면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정식으로 승인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스푸트니크V는 구소련이 1957년 발사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에 백신(Vaccine)의 앞글자인 V를 붙여 지은 이름입니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스푸트니크V 백신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성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는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을 건너뛰고 1~2상 결과만으로 승인되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세계적 의학지 랜싯을 통해 3상 중간결과에서 91.6% 예방효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체 조사 결과 97.6%의 예방률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이런 효과가 확인되면서 도입을 주저했던 세계 각국에서도 조금씩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푸트니크V는 현재 벨라루스와 베네수엘라, 헝가리, 이란, 베트남, 인도 등 60개 나라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을 담당한 러시아 국부펀드(RDIF) 역시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아르헨티나에 백신 위탁생산 계약(CMO)을 맺으며 공격적으로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백신의 효능과 별개로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이라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스푸트니크V는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스푸트니크 도입과 관련한 한목소리를 내길 원하지만, 러시아와의 정치적 연관성에 따라 나라별로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한 나라를 보면 그 차이가 더욱 잘 드러납니다. 실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은 EU 국가의 백신 허가 총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스푸트니크V 허가결정이 나오기 전에 독자적으로 백신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서방 국가에서는 백신 부족 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스푸트니크V 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스푸트니크V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명확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희귀혈전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이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보니 웃돈을 주고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백신이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푸트니크V는 백신은 또 다른 선택권이 될 수 있습니다. 쓸 수 있는 패가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서방세계는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합니다. BBC는 EU의 스푸트니크V 도입과 관련해 "EU가 우크라이나 국경 분쟁과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리 암살 시도 등에 대한 러시아 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를 도입한다면 입장이 난처해 질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 역시 "러시아 백신이 EU 회원국과 동맹을 분열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결국, 스푸트니크V의 효과 자체보다는 백신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와 외교, 전략화라는 고차방정식이 개입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이미 스푸트니크V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상업화 생산에 들어갑니다. 국내 제약회사 컨소시엄 2곳이 참여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알려진 생산 가능량은 월평균 1억 도스 이상입니다. 식약처의 사용 허가만 내려지면 국내 생산분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만큼 백신 수급 안정화가 가능합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판권을 확보한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물량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역시 최근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제약사 1곳과 면담을 하고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의 진행 현황과 생산량 등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실무면담이 정부가 스푸트니크V 도입을 전제로 한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두 달 넘게 "백신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는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스푸트니크V가 EMA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러시아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효능을 객관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기관은 EMA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합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약품국(EMA)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조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필수적인 데이터 일부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은 내놨습니다. 앞서 독일을 비롯한 개별 EU 국가들이 스푸트니크V 수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러시아 백신은 필요치 않다"며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EMA의 승인이 무산된다면 국내도입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내부적으로 아직 조율되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스푸트니크V 도입을 둘러싼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국제 의학 학술지에서 동료 평가를 거쳐 다른 백신과 같이 과학적 검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과학적 검증을 받았다면 제조 국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가 희귀 혈전 부작용 논란을 빚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백터 방식으로 생산되는 만큼 부작용 여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도입하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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