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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표현물' 판결났는데…김일성 미화 논란 회고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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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년 "'세기와 더불어'는 이적 표현물" 판결

역사적 사실 왜곡 및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 일 듯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국내 출판사가 원전 그대로 출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일보

국내 출판사가 지난 1일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온라인서점 홈페이지 캡처]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주석의 80세 생일인 1992년 북한 노동당 출판사가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형식으로 발간한 책이다. 김 주석의 출생에서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항일무장투쟁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21일 출판계에 따르면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 1일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를 출간했다. 북한이 발간한 8권 그대로다. 현재 이 책은 800여 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 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중인데, 국내에서 김일성 회고록이 정식 출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에선 1990년대 이 책을 국내에서 출판하려 했지만 김일성 주석의 활동을 미화하고,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북한은 193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항일무장투쟁 역사에서 다른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김일성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사실 관계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또 출판을 시도했던 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도 있다. 따라서 『세기와 더불어』의 국내 출간으로 유사한 논란이 재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책을 출간한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노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출판물을 국내 특수기관에 공급하는 교역사업(남북교역 주식회사)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남북교역을 하는 특수자료 취급기관으로, 북한에서 공급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출간했다”며 “좌익 진영의 항일운동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고, 역사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간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30년(1994년 사망)이 지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라며 “논란이 있는 건 알지만 회고록은 김일성 주석이 어릴 때부터 학창 및 항일운동 시절까지 활동한 내용이고, 출판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8월 “북한이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은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김일성이 숨진 직후인 1994년 8월에는 도서출판 가서원이 ‘세기와 더불어’를 국내에서 출판하려 했다가 출판사와 인쇄소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출판사 대표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 서적의 출간과 관련해 통일부와 협의한 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ㆍ정영교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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