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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 성폭행하는 '인면수심' 아버지들…피해자는 고통 속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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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성폭력 범죄 건수 전체 가운데 약 11%

피해자는 미성년 시절부터 지속해서 성폭력 노출

공소시효 지나 신고 못하는 경우도 많아

"친족 간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해 달라" 靑 청원

전문가 "보다 엄중한 처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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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동안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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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10여년에 걸쳐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경찰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는 신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정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녀를 성폭행하는 '인면수심' 아버지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 대부분은 미성년일 때 성폭행에 노출되는 데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사회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특성상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이같은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든 것 잃은 기분' 친족 간 성폭행 피해자 설움


50대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A 씨는 지난달 8일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같은 달 5일 새벽 경찰에 친부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A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친아버지인 B 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추행 등을 당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B 씨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A 씨는 그동안 수사기관에 이를 알리지 못했으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경찰을 찾았다.


A 씨는 지난 2019년 자신의 SNS 계정에 '아빠가 죄책감을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가, 사실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등 심리적 괴로움을 토로하는 글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B 씨가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심리적 충격, 죄책감 등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수사당국은 B 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끈질긴 보강수사를 통해 직간접적 증거들을 다수 확보, B 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B 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의 재판은 오는 5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전체 성폭력 가운데 약 11%…수면 위로 드러나는 피해 적어


친족 간 성폭행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친족에 의한 성폭력 범죄 접수 건수는 총 1613건으로, 전체 성폭력 범죄 가운데 10.9%를 차지한다.


친족 성폭력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최근 5년간 꾸준히 5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520명, 2016년 500명, 2017년 535명, 2018년 578명, 2019년 525명 순이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사회적 울타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특성상 친족 간 성폭행은 은폐가 용이하다는 데 있다. 피해자가 미성년 시절부터 지속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친족 간 성폭력 범죄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간 성폭행의 공소시효가 최장 10년에 그친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미성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종속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는 적어도 10~15년가량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독립한 피해자가 훗날 친족의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길 원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19년 친족 성폭력 상담 8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 이후 상담까지 10년 이상 걸린 친족 성폭력 사건 사례는 총 48건으로 절반 이상(55.2%)을 차지했다.


전문가 "친족 성범죄 지속성·심각성 높아…강력한 법집행 필요"


시민들은 친족 간 성범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대 직장인 B 씨는 "가족을 보호해야 할 부모가 자녀를 성폭행해서 평생 가게 될 고통을 주는 것은 말 그대로 천륜, 인륜을 저버린 행위가 아닌가"라며 "이런 중범죄에 공소시효를 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철저히 수사해서 언제라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사원 C(28) 씨는 "어떻게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할 수 있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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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친족 간 성폭력 범죄 가해자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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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성폭행 피해자가 직접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가해자를 벌해 달라'며 청원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1월 '아버지란 이름의 성폭력 가해자를 벌해 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자신이 12세부터 19세까지 친부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미국으로 떠났으며, 17년 만에 귀국해 경찰을 찾았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주십시오"라며 "저처럼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더는 견딜 수 없어 죽을 각오로 법에 호소하는 이들을 구제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10만명이 넘는 이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한편 국회에는 친족 간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1월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오랜 기간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고, 가해자가 사망하더라도 고통과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해 가해자를 신고하려 할 때 공소시효를 배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가는 친족 간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 내 미성년 성폭력 범죄의 실태와 피해자 중심의 법제도적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가족내 성폭력은 피해자 연령이 상대적으로 어리고, 범죄의 지속성이 높다"라며 "그 피해는 비친족관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가해자 처벌에 있어서는 보다 엄중하고 일관된 양형이 필요하다"며 "또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시설, 친권을 제안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박탈할 수 있는 강력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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