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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스와프' 튕기는 바이든…힘 실리는 '반도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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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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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모든 성인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자격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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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수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백신을 미리 빌려쓰는 이른바 '한미 백신 스와프' 시나리오가 논의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신 반출에 일단 선을 그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진 않으면서 정부뿐 아니라 기업인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다음달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받아오려면 나중에 갚을 백신 외에 당장 미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투자 등의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시설 신·증설을 두고 미국 텍사스주정부 등과 협상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연설 직후 백신의 해외 공유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백신을 다른 나라에 보낼 만큼 양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백신 중 일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백신 공유를 하는 중이고 이미 약간 했다"며 "세계 각국에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백신 지원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지원을 거부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원 조건으로 실리를 내걸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 카드'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상 현안에 밝은 한 인사는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차례 반도체의 중요성을 얘기할 정도로 미국이 반도체 투자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백신과 반도체 스와핑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성사 가능성이 충분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대책회의에 초청받은 '글로벌 파트너사'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뉴욕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증설 계획을 두고 미국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시작으로 불거진 글로벌 반도체 대란에서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를 경제를 넘어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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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1월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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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반도체 협상 카드 활용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까지 나온다. 정부가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풀어야 할 부분은 공식적으로 접촉하면서도 기업 등 민간 채널과 손발을 맞춰 국가적인 사태 해결을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이 부회장을 임시 석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여론이 부각되면서 최근 여당에서는 백신 특사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백신 등과 관련한) 전 지구적 재난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익을 생각해 역할이 있으면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백신 확보가 논의되던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이 부회장을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인사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이 부회장과 일부 그룹 총수들에게 백신 확보 협력을 요청했는데 일정이 늦어지다가 이 부회장이 올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반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MB필터)가 부족할 때 정부의 요청을 받은 삼성전자가 나서면서 반년 이상 걸릴 원료 수입을 한달만에 해결했다"며 "민간외교관으로 불리는 기업인들과의 협력이 사태 조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사태 당시에도 일본 정·재계의 인맥을 통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이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이었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1년 7월 유치에 성공한 뒤 "45 대 55 비율로 평창이 불리했는데 (최종 득표한 총 63표 중) 20~30표는 이건희 회장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백신 확보 외에 세계 주요국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사활을 걸고 패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장수'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수십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반도체 시장은 현재 세계대전 중"이라며 "세계 각국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을 모두 끌어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장수가 없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경제 회복과 관련된 의견 청취를 위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있었다"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관계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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