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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늪’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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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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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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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두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사면론’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사면을 건의했다. 당내에서는 재·보선 압승 후 과거 회귀로 비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사면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사면론 논란은 5선의 서병수 의원이 불을 댕기면서 촉발했다. 서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전직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이들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서 의원의 ‘탄핵 부정’으로 논란이 일자 주호영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긋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면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되면서다.

당장 주 직무대행이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많은 분이 바라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우리 당에서 사면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발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보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하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했다. 김기현·권성동·김태흠·유의동 의원 등 원내대표 경선 주자들도 탄핵 부정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르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명박(MB)·박근혜 정권의 공과를 안고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염량세태라고들 하지만, 부끄러운 조상도 내 조상이고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비판이 이어진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탄핵 사과) 4개월 만에 다시 사면론을, 그것도 선거 끝난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꺼내는 것은 ‘저 당이 이제 좀 먹고 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기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20대·30대 지지자들도 ‘다시 옛날 당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쓴소리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KBS라디오 <주진우 라디오>에서 오·박 시장의 사면 건의를 “전술적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저희 당이 사면을 먼저 꺼낼 경우 ‘선거 이겼더니 가장 먼저 하는 게 그거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저 같으면 안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사면론이 본격적으로 분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선거 국면이 다가올 수록 당권주자들은 지금보다 한층 강한 수위로 서로 경쟁하듯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는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당원들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금의 당 대표 선출 구조 아래에서 당권주자들도 이들의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전당대회 때 사면론 얘기가 이어지면 기껏 붙잡기 시작한 중도층 민심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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