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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백신 접종, 미국 안팎에서 쏟아진 우려 [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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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백신 너머의 고민이 시작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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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인 '월터 E. 컨벤션센터' 모습. 접종 전 신분 확인을 위한 대기 줄(사진 위)과 접종 후 이상반응 여부 체크를 위한 대기 공간이 보인다. 2021.4.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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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잠까지 설쳤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백신 접종일. 50세 이하, 특별한 지병 없는, 지역 거주 주민으로 접종 기준이 확대되자 미리 등록해 놓은 사이트들에서 접종 안내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힘 빼세요. 살짝 꼬집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따끔. 끝났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벌써 밴드를 붙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예~ 하며 만세를 부른다. 두 번째 백신 접종 날짜를 받아 들고 병원을 나오니 봄 볕이 눈부시다.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라디오를 켜니 바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뉴욕과 뉴저지 주민 모두에게 백신 접종이 확대된 오늘, 미국 전체 코로나 확진자는 3100만 명, 사망자는 56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1위입니다. 2위 국가와 비교해 확진자, 사망자 모두 두 배의 숫자입니다."

뉴스 앵커가 짚어주는 숫자 속 미국의 상황에 핸들을 잡은 왼쪽 팔뚝이 묵직해지고 한숨이 나왔다.

4주 내 백신 티핑 포인트

"거동 불편한 노모 모시고 차례 기다리는데 나도 맞겠냐고 물어서 얼떨결에 접종했어요."

"오후 6시쯤 동네 CVS 약국들을 들러 '백신 헌팅'을 했는데 한 군데서 가능하다고 해 맞았네요. 그 시간쯤 약국들을 공략해보세요."

"집 근처 병원들에 등록해 놓으면 예약이 취소될 때 연락이 와요. 단 10분 내로 도착하셔야 합니다."

아직 노년층만 접종이 가능하던 한두 달 전만 해도 '접종 무용담'이 돌았다. 미국 역사상 처음 경험해보는 대량 접종 과정에서 생기는 틈새였다. 역사상 유래없다는 바이든의 말처럼 미 정부 차원의 메가 프로젝트 과정에서 손실되는 백신들도 꽤 되나보다 짐작할 뿐이었다. 빨리 맞고 싶었지만 참고 기다렸고, 드디어 4월에 내 차례가 온 것이다.

미국에서 비상 사용 허가를 받은 백신은 모두 3종류.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 존슨앤존슨이다. 이 중 1회 접종에 보관도 용이해 인기 있었던 존슨앤존슨 백신에 문제가 발생했다. 볼티모어 공장에서 제조 과정 중 오염이 발견돼 1500만 회분이 폐기 처분된 것. 거기에 투약이 완료된 720만 도스 중 혈전 부작용 6건이 발견돼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수급 불안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종류의 백신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20일 발표된 건강 비영리단체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앞으로 2-4주내에 백신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늦어도 한달 내에 백신을 맞겠다는 모든 이들에게 접종이 가능한 '티핑 포인트'(급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예산 2140조 원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한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를 맞게 될 것입니다. 뒤뜰에서 친구와 이웃들과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기 위해선 코비드 백신을 접종받아야 합니다."

7월 초까지 집단 면역에 도달하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취임 100일 내 2억 도스 접종이 앞당겨 달성되며 가시화되는 느낌이다. 연방군까지 동원한 '백신 접종 전쟁'으로 미국은 하루 300만 명을 접종 중이다.

4월 21일 현재 미국 인구의 26%인 8620만 명이 완전 접종을 끝냈고 나를 포함해 미국 성인 1억 3320만 명이 1회 이상 백신을 투여받은 상태가 된 것이다.

"백신 접종이라는 애국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 미국인이면 누구든 한 푼의 월급도 손해 보아선 안 됩니다."

4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는 조치를 발표한다. 예방 접종을 위한 휴가와 부작용 회복을 위한 유급 휴가 비용으로 기업에 하루 최대 511달러 공제가 가능하다고 한 것. 아직도 백신 접종에 소극적인 미국인 성인 1/5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이다.

미 정부는 쉬운 접종을 위해 4만 개 이상의 일반 약국과 제휴해 미국인 90% 이상이 집에서 8km 내에서 접종소를 찾을 수 있게 조치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추적을 위해 17억 달러를 쓰고 있고, 기존 4억 도스에 더해 추가로 2억 도스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다. 7월 말까지 미국 전 인구가 접종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 9~12개월 후 3차 접종에 대해 논의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접종, 부스터 샷에 대한 논의다.

필요한 비용 확보를 위해 미 의회는 코비드19(coronavirus disease, COVID19) 구제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서명을 마친 구제 법안의 비용은 1조 9천억 달러, 우리 돈 약 214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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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는 19일부터 미국의 모든 성인이 백신 접종 자격을 얻을 것이며, 5월 말까지 최소한 1차 접종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2021.4.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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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할 때까지 바이러스의 새로운 돌연변이는 계속해서 생명을 앗아갈 겁니다. 그래서 상호 연결된 세계 경제를 악화시킬 것입니다."

지난 4월 15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를 포함한 100명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전직 국가 지도자 60여 명도 함께 연명했다. 이들은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안한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 재산권 규제 포기를 요구했다.

공동 서한에서 이들은 특허권 면제는 기약 없이 차례를 기다려야만 하는 빈곤국들이 유행병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도 지난 19일 미국과 EU 회원국 등 부유한 나라들을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우리는 제조와 공급의 다양화 그리고 일시적 지적 재산 포기가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통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 등의 나라들이 역사 앞에서 시스템이 아니라 생명 보호에 앞장서기를 간절히 촉구합니다."

이 성명 역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남아공과 인도에 대한 선진국의 특허권을 잠정 포기해 달라는 간곡한 내용이다. 과학저널 <네이처> 편집위원회는 70%의 세계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려면 1인당 2회를 가정해 약 110억 도스의 백신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월 현재 주문된 86억 도스의 백신 중 60억 도스는 고소득, 중상위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며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가난한 나라에는 1/3도 안 되는 양이 공급된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미국과 EU 같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의 기존 공급량 상당 부분을 독점해 막대한 흑자를 남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저소득 국가에는 전 세계 백신의 0.2%만이 돌아가고 있다며 선진국의 이기적 조치에 분노했다.

미국의 연구소인 듀크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센터도 지난 4월 15일 보고서를 냈다. <전 지구적 코로나 백신 부족 : 미국 리더십을 위한 연구와 권고안>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국이 백신 공유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현재 과다 보유하고 있는 백신을 다른 나라에 기부하고 미국 정부가 백신 제조를 개방하기 위해 제약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공정하게 코로나 백신이 전 세계에 배분되기 위해 지금 미국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10명의 진보적 상원의원도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16일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등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특허·저작권·영업비밀을 포함한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한 광범위한 권리 포기를 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조합을 포함해 의회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도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게 되면 제약회사의 이익이 사람의 생명보다 앞서게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백신의 리더십

이들 가난한 나라에 대한 특허권 공개를 가장 반대하는 곳은 당연히 백신 제조사들이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자금을 지원하고 일부 기초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스스로 mRNA 백신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기에 미국 정부의 영향은 최소한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공개 압박은 연구개발 의지를 떨어뜨린다며 말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위 서한에 이름을 올린 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특별히 미국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곧 있을 G7정상회의는 미국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서한 나흘 전 맨해튼 화이자 본사 앞에서 시위하던 의료단체들이 든 피켓에 적힌 말과 같은 말을 했다.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엔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억 도스의 백신 접종이 달성됐다고 발표한 4월 21일 오늘 하루 동안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 8955명, 사망자는 796명이 늘었다. 대내외적으로 사재기로 비난받고 있는 미국은 지금, 백신 너머의 고민이 시작된 듯하다.

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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