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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에이즈 치료제, 복제약 양산 4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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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백신 개발 의욕 꺾어 장기적으론 인류에 해 된다”

조선일보

캐나다에서 지난 5일 화이자사의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의료진이 준비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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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보건 위기 때 공공·인도주의적 해결 방법의 하나로 민간이 획득한 백신이나 약물의 특허를 면제하는 방안은 이전에도 시도됐다.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1995년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었다. 바로 이듬해 미국 등 서방에서 에이즈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가난한 개도국 주민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복제약이 허용되지 않아 오리지널 약값이 연 1만달러(약 11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허권을 내세운 제약사의 돈벌이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서방 진보 단체들의 요구로 WTO는 2001년 ‘보건 비상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특허권을 일시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도하 선언을 채택했다. 도하 선언을 계기로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은 면제됐다. 하지만 특허 내용이 공개됐다고 해서 개도국에서 곧바로 같은 약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 장비가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2005년 즈음에서야 가능하게 됐다.

조금 다른 사례이지만, 2011년 9·11 테러 이후 탄저균 공격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바이엘사의 탄저균 전용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을 대량 확보하기 위해, 바이엘의 특허권을 무시하겠다고 협박해 바이엘사가 약의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늘리게 한 적이 있다.

이번 코로나 백신 특허 논란에서도 백신 제약사들의 ‘이윤 추구’가 도마에 올랐다. 화이자의 경우 지난해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인류의 공공재인 코로나 백신으로 이윤을 추구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해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과학계와 민간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함부로 빼앗는 듯한 행위는 창의적 연구 개발의 의욕을 빼앗아,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바이오협회 최고경영자인 미셸 맥머리-히스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효과적인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것은 인류사에 기록될 업적으로,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지식재산권 보호 정신”이라며 “지재권 시스템을 무시하고 교란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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