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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홍삼 이어 뜨는 당귀…한약 ‘종양면역’ 치료제를 꿈꾼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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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한약’ 하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는 보약이다.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가 약해지면 사기(邪氣)가 침입한다고 하고, 정기를 강화할 목적으로 보약을 먹는다. 바로 ‘부정거사(扶正祛邪)’라는 치료법의 일환이다. 현대의학에서 부정거사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 면역학(免疫學)이다. 전염병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정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면역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약을 복용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는 한약 안 먹는데?”라며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홍삼 제품을 비롯해 한약을 소재로 한 다양한 건강기능성 식품이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할 점은 면역능력 개선으로 철옹성 같던 위치를 차지했던 홍삼 제품군의 경쟁 상대로 ‘당귀혼합추출물’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귀혼합추출물은 한의학 대표 보약 사물탕에서 숙지황을 뺀 혼합물이다. 홍삼 제품군에 이어 당귀혼합추출물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면역능력 개선 및 강화에 한약이 점차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필자는 한약을 이용한 다양한 약리 효능을 20년 이상 연구해왔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항암제에 대한 연구는 암세포를 어떻게 죽이는지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1891년 뉴욕암병원의 윌리엄 콜리 교수가 암 환자에게 단독균을 주입했더니 고열이 난 후 암이 치료됐다는 결과를 내면서 면역계가 암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2000년까지만 해도 ‘종양면역’이라는 단원은 면역학 교과서에 없었다.

지금은 종양면역이 면역학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이고 새로운 관련 치료제가 계속 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고, 다양한 종류가 개발된 종양면역 치료제는 ‘면역관문 차단제’이다. 현재 7종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3세대 항암제로 불릴 정도로 획기적인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흥미롭게도 암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관문’이라는 분자를 역이용한다. 면역관문은 암세포를 인식하는 검문소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암세포는 스스로가 정상세포인 듯이 면역관문을 이용해 면역세포로부터 공격을 피한다. 면역관문 차단제는 암세포가 이 면역관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치료제이다. 앞서 언급한 7종의 면역관문 차단제는 항체 제제로써 장점도 많지만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한약을 연구해온 필자는 2010년대 항체를 이용한 면역관문 차단제의 화려한 연구 성과가 부러웠다. 한편으로 ‘저걸 한약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능할까?’ 같은 생각이 들어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후 연구를 준비했고, 2018년부터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연구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항암제 연구에서는 대부분 독성이 있는 약물이 항암 유효 물질이었지만, 면역관문 차단 소재 연구에서는 독성이 있는 약물보다는 기존에 보약으로 썼던 한약이나 식품 등이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한약의 면역관문 차단 효능을 나타내는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침착하게 다스려본다. ‘식품으로도 사용하는 소재로 암을 이렇게 많이 줄일 수 있다고?’ 같은 생각을 하며 아직은 계속 의심하고 검증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들 한약이 임상에서 효능이 있다는 이전의 여러 사례가 혹시나 면역관문을 차단해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하면 흥분을 감출 수 없다. 기존에 보약으로 사랑받던 한약이 다양한 종양면역 치료제로 개발돼 암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필자 역시 연구자로서 한약 종양면역 치료제를 개발해 암 환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돌려주는 것이 평생의 목표이다.

정환석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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