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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안전판 신도시...인구 줄면 ‘유령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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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요’ 무시한 예측 무의미

자족기능 없는 신도시 붕괴 직전

日은 신도시도 중심 역세권 선호

‘저밀도 전원도시’ 서구와 큰 차이

헤럴드경제

2000년대 이후 도시 재생에 집중하는 일본 도쿄 중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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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는 그간 큰 역할을 해왔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입 하는 인구의 폭증을 흡수하는 든든한 안전판이었다. 서울로 인구 증가는 고도성장과 함께 본격화했다. 더 나은 교육·취업을 꿈꾼 청년인구(15~24세)는 지방에서 서울로 지속적으로 상경했다. 인플레 시대의 종착지는 서울일 수밖에 없었다. 자원도 기회도 서울일 때 먹혀들었다. 서울 공화국이 탄생한 배경이다.



수도권 집중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이 몰려들면 재화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부동산발 주거불안이 일상사가 된다. 땅은 제한적인데 인구가 팽창하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신도시는 그 해결 해법으로 나왔다. 인구 증가를 품어낼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도시는 역사가 깊다. 인구변화에 발맞춘 필연에 가까운 선택지로 여겨졌다. 사실 경기에서 서울로 편입된 강남도 신도시의 전형으로 봐야 한다. 1980년대 본격화된 목동·상계동 등지의 주택 공급도 당시엔 새로운 도시였다.

우리가 아는 공식적인 신도시는 베이비부머(1955~63년생)와 만나 첫 삽을 떴다. 1989년 시작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이 그렇다. 이는 노태우정부의 200만호 주택공급 계획과 맞닿는다. 베이비부머가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에 진입하자 내 집 마련 욕구가 커졌다.

당시 1기 신도시 개발은 집값 안정으로 이어졌다. 대신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다. 신도시는 지방 인구의 서울 진입 허들을 낮춰줬다. 대한민국 면적의 12% 공간에 전체 인구의 52%가 몰려 사는 수도권 초과밀은 그렇게 본격화했다.

덕분에 신도시는 3기까지 확장됐다. 그 와중에 논란과 갈등은 확산된다. 계획적이고 인공적인 개발 방식이니 뉴타운·재개발보다 손쉽다는 점이 찬성파의 핵심 주장이다. 집값을 잡자면 신도시만큼 가성비 좋은 방식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해관계가 적어 결심만 내려지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집값 이슈와 연계된 선거공약으로 자주 활용됐다.

신도시 반대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직주(職住) 이탈이 대표적이다. 서울 집중을 풀려는 수요 분산에도 일과 집의 동시 이동이 불가능해서다. 일은 서울로, 집은 경기로 이격 되니 출퇴근을 둘러싼 교통 혼잡·비용유발만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역 교통을 비롯한 사후적인 이동편의가 확충돼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아 불편·불만이 수시로 터져 나온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도시는 주택난을 풀고자 나온 탓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위주로 건설된다. 밀도·층수는 서울 못잖게 고밀·압축적이다. 열악한 도시 공간에 맞서 자연친화적인 저밀도·자족형의 전원도시를 지향하는 서구 사례와 구분된다.

갑론을박은 여전히 뜨겁다. ‘신도시건설 대 컴팩트시티’ 논쟁이 대표적이다. 서울을 고밀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와 수도권에 신도시를 더 많이 짓는 게 낫다 의견이 대립한다. 이는 단순히 이념·철학영역을 넘어선다. 비용대비편익은 물론 자산가치 미래예측까지 포괄한다.

이제 논점은 앞날로 번진다. 급격한 인구 변화를 볼 때 미래 주거의 지속 가능성만큼 중대한 변수가 없어서다.

관건은 인구에 달렸다. ‘인구=수요’를 무시한 미래 예측은 무의미하다. 단기 편차는 있지만, 장기 결정은 수급이 모두를 앞선다. 다만 ‘수요=선호’를 뜻한다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미스매칭 탓이다. 소유 욕망과 한정 자원이 만나면 더하다.

사실 ‘선호’ 문제도 역시 수급, 즉 인구로부터 촉발된다. 숫자의 양적 변화만큼 기호의 질적 변화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달라진 인구의 달라진 욕구에 주목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말 많고 탈 많은 신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직은 흩어진 퍼즐 단계라 예단하기 힘들지만, 몇 몇을 붙여보면 밑그림은 그려진다. 체크할 변수부터 살펴보자. 양적 변화로는 인구 감소, 솔로세대·고령비중 증가 등이 있다. 질적변화로는 생활욕구·사용가치·인식 변화 등이 있다. 동시에 경제 상황도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 성장수준·소득상황·구매여력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에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수요 관련 추정 가설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인구충격은 신도시부터 시작 된다’, ‘경기침체는 내 집 마련을 방해 한다’, ‘서울 입지의 비교우위는 심화 된다’ 등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신도시의 미래는 어둡다.

반면 ‘솔로세대는 신도시와 어울린다’, ‘고령인구는 신도시를 좋아한다’, ‘신도시는 자족기능이 개선된다’의 가설이 맞아떨어진다면 신도시 앞날은 밝다. 판가름 날 날은 머지않았다. 훨씬 뒷 날일 줄 알았던 인구학적 변곡연도가 눈앞까지 당겨진 걸 보면 향후 몇 년 사이 신도시의 미래 행방은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헷갈릴 때 선행사례는 도움이 된다. 닮은 것과 다른 것을 비교해보면 벤치마킹이든 반면교사든 방향 설정에 좋다. 인구학적으로 한국이 따라가는 일본 사례가 그렇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도시화에 맞춰 신도시를 개발했다.

집단 상경(인구이동)발 거주 해결의 실효 카드였다. 수요는 엄청났다. 34만의 계획 인구로 시작된 ‘다마뉴타운’이 대표적이다. 분양 경쟁률이 80대1을 찍을 만큼 대단한 인기였다. 남성전업·여성가사의 전통적인 4인 가족인 젊은 2030세대가 입주했다. 신도시는 출퇴근 지하철의 푸쉬맨과 통근비 회사부담이라는 일본적 관행을 만드는데도 기여했다.

그런데 어느새 시대가 변했다. 30%에 육박하는 고령화비율과 고작해야 1%대 저성장 경기 상황과 맞물리며 신도시의 주거 환경은 계속 악화됐다. 지금은 상당수가 유령마을로 전락했다. 4인 가족의 안락했던 공간은 자녀출가·부부간병 탓에 빈집으로 남았다. 아파트 1개동에 10~20%만 실거주하는 곳도 있다. 집값은 분양가보다 4분의1에서 6분의1로 쪼그라든 곳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신도시개발에서 도심재생사업으로 전환된 것도 한 몫 했다. 컴팩트시티가 도심주거를 흡수하며 신도시의 공동화를 부추겼다. 일본 신도시의 현재 풍경은 대부분 이 수준이다.

물론 신도시별로 속내는 차별적이다. 전체가 하락하지만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상승하는 곳도 있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지만, 교통 여건이 좋은 곳에선 인기 있는 물건도 있다. 같은 뉴타운일지언정 인구가 몰린 역세권·신물건은 안정적이다. 근접성·교통권이 나쁘면 인구는 ‘자연감소+사회감소’의 이중 충격을 겪는다.

자족 기능이 없는 신도시는 붕괴 직전이다. 자체적인 생활권을 못 이뤘으니 순환 경제가 돌아갈리 없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버블 붕괴 이후 내수 부양을 위한 주택공급을 무제한으로 풀어줬다. 약한 고리부터 주거·상권붕괴는 본격화했다. 생활 반경에서 생필품조차 못 사는 신도시까지 생겨났다. 반면 좋은 곳은 승승장구다. 다마뉴타운의 JR다치가와역은 2010년 대비 150%나 뛰었다. 도쿄인구 유입부터 지방인구 전입까지 신도시 알짜권역으로 몰려든 결과다.

신도시의 고령인구가 외곽에서 중심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편리한 신도시 중심부로 이동이다. 도쿄 가격에 부딪힌 맞벌이·싱글세대의 신도시 중심 선호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인구의 양적·질적변화가 이런 변화를 추동했다. 한국의 신도시도 인구통계에서 미래 행보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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