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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날마다 쏴 죽여도…” 불복종 타오르는 미얀마의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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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기자들이 보내온 ‘저항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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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지난 2월11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시민불복종운동’(CDM)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라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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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현지시각) 벌어진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는 미얀마의 시민불복종운동(CDM)이 벌써 100일을 넘어섰다. 현지 일간지 등에서 일하다 해직된 기자들이 포기를 모르는 저항의 현장과 미얀마 시민 9명의 인터뷰를 담은 기사를 <한겨레>에 보내왔다. 미얀마 해직 기자들은 한국인 독립 프로듀서인 김영미 프로듀서가 세운 다큐엔드뉴스코리아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강 테 우(가명)와 소잉따(가명)는 미얀마 중부 한 대학 인문학과의 부부 교수다. 이들은 지난 7일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군부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으로 그의 가족들은 정부에서 받은 사택을 비워줘야 했다. 강 테 우 교수는 “우리는 이제 지낼 곳이 없다”면서도 “무고한 사람을 매일 쏴 죽이는 군부의 통치 아래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강 테 우 교수처럼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했다가 자격이 정지된 대학교수는 최근 5~8일 새 5천명에 이른다. 군부는 지난 5일부터 170여개 종합대학과 단기대학을 다시 연다며 교수들에게 수업재개 명령을 내렸지만 상당수 교수가 이를 거부했다.

쿠데타를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은 거리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학교와 공장, 병원, 정부 청사, 열차, 은행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날마다 불복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쿠데타 이후 17일 현재 802명의 시민들이 숨졌지만, 미얀마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군부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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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공무원들이 지난 2월11일 양곤에서 ‘시민불복종운동’ 포스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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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통치 거부한다” 미얀마 멈춰 세운 시민불복종운동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한복판에 거대한 영국풍 건물로 지어진 양곤역은 현재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철도청 공무원들이 대거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하면서, 구식 양곤 순환열차를 비롯해 미얀마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던 기차들이 멈춰선 탓이다.

“출근하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 무기를 들지 않고 군부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이 쿠데타 100일이 넘은 현재 미얀마 군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군부는 민주 정부 지도자와 운동가들을 체포해 권력을 장악했지만, 건강·보건, 교육, 교통, 통신, 경제 등 각 분야 종사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교육 공무원 상당수는 시민을 죽이고 체포하는 군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 군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학교를 열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불복종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교원연합은 최근 미얀마의 전체 대학 교직원 2만4천여명 중 40%에 이르는 1만1100명이 시민불복종운동 참여로 정직됐다고 밝혔다. 대학을 시작으로 학생들도 등교거부운동을 시작해, 교육 부문 전체가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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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웅산 수치를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단 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 공공병원의 의료진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을 포함한 시민불복종운동을 시작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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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부문도 비슷하다. 의사와 간호사 등이 의료 현장 대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 다수 국립병원 운영이 중단됐고, 환자를 퇴원시켜야 할 상황이다. 미얀마 군 병원의 군의관과 간호병들이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버거운 처지다. 군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의사·간호사 등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압박하는데, 지난 9일까지 보건부 공무원 등 500명가량이 체포되거나 수배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형법 505A조 ‘국가 안정을 파괴한다’는 혐의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은행 노동자들도 불복종운동에 동참해, 지난 3월부터 은행 업무 상당 부분이 중단됐다. 군부는 은행을 완전 정상화하기 위해 압력을 넣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 은행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군부 통치 상황에서 금융 안정을 믿지 않는 국민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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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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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못 받고 사택 빼앗겨도…전국 공무원 10만여명 운동 참여
지난 3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한 미얀마의 불복종운동은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직후인 2월2일 만달레이의 한 의사 모임에서 시작됐다. 익명을 요구한 군 출신 정치 연구가는 “내가 보기에 시민불복종운동에 대해 군부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 군부가 거리시위는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민불복종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시민불복종운동에는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인 초 모 툰부터 정부 공관의 청소부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군 장교들과 군인들도 이 운동에 동참한다.

군부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맞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체포와 기소, 해고 등으로 압박하고,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은 승진 등으로 우대한다. 운동에서 빠져나와 복귀하는 공무원들은 질책 없이 전처럼 정상근무를 할 수 있도록 회유한다.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은 월급은 물론 거주지를 잃을 위험도 감수한다. 미얀마 하층 공무원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직원 사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여건은 좋지 않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불복종운동에 참여할 경우 이를 포기하고 불교 사원이나 도움을 주는 곳으로 옮겨가 살아야 한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인칸모(가명·25)는 지난 2월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사택에서 나와 살고 있다. 그러나 인칸모는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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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2월7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양곤에만 약 10만명의 시위대가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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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압박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이 불복종운동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통합정부 지원 단체와 연계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두 다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불복종운동에 참여하는 미얀마 공무원은 전체(110만명)의 약 10%인 10만여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국민통합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는 9천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얀마 정치연구소인 ‘전략·정책연구소-미얀마’는 “국민들이 군부에 통치권을 주지 않았다. 시민들이 계속 불복종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군부도 권력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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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라'는 팻말과 장미꽃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라이언(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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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한 사이(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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