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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내걸었지만, 전력 모자라자 원전 돌려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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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작년 원전 의존도 4년 전 유턴

탄소중립 위해 석탄발전 줄였지만

신재생으론 전력 공백 못 메운 탓

“탈석탄하며 원전 없애는 건 모순”

지난해 한국전력이 사들인 원전 생산 전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이전 정부 수준에 육박했다. 석탄 발전을 줄이면서 생긴 전력 공백을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으로 채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소에서 사들인 전력은 총 52만9607GWh였다. 국내 전력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은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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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이전 수준으로 올라간 원전 의존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가운데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15만2312GWh로 전체의 28.8%를 차지했다. 한전이 사들인 원전 생산 전력은 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12만6883GWh(23.1%)까지 낮아졌지만, 2019년 13만8607GWh(25.6%)를 기록하며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는 문 정부가 ‘탈(脫)원전’을 외치기 이전 수준인 2016년 15만4175GWh(29.7%)에 육박한다.

이는 문 정부가 내건 탈원전 정책 기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정부 의도와 달리 원전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발전을 축소하면서 대체 발전원으로 원전 가동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발전단가, 신재생의 40% 수준

실제 한전이 사들인 석탄 발전 전력은 2017년 22만8848GWh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8만6922GWh(35.3%)까지 떨어졌다. 신재생 에너지 구매가 같은 기간 2만3845GWh(4.5%)에서 3만1805GWh(6.0%)로 늘긴 했지만 석탄 발전이 줄면서 생긴 전력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벅찼다. 여기에 신고리 4호기를 포함해 정비 등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일부 원전이 다시 정상 가동한 점도 영향을 줬다. 전력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부하’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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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저(低)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없애면서 ‘탈석탄’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며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펴는 데 정치·이념 가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각 에너지의 경제성·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원전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원전이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이유도 있다. 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보면 원전은 ㎾h당 59.69원으로 석탄(81.62원), 수력(81.73원), LNG·복합(99.25원), 신재생(149.4원, 정부 보조금을 합친 금액) 등보다 싸다. 2016~2020년 최근 5년간 통계에서 원전은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낮은 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이 충분해질 때까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려 탈석탄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LN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가격 변동도 심하다.

올해 원전 의존도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 4월까지 한전의 원전 생산 전력 구매량은 5만650GWh로 예년보다 늘어난 반면, 석탄 발전 구매량은 줄고 있어서다. 윤영석 의원은 “원전 의존도 상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설계가 애초부터 잘못됐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정부가 지금처럼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탄소 중립을 밀어붙였다간 전력 공급 불안, 전기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원전 생태계를 다시 복원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로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15일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2030년 한국 소비자가 내는 전기료가 지난해 대비 24%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정부가 ‘9차 전력계획 공청회’에서 밝힌 인상률(2017년 대비 10.9%)과 크게 차이 난다.

“탈원전 땐 9년 뒤 전기요금 24% 상승”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아태 지역 책임자인 알렉스 휘트워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전력망 자체에 대한 투자가 늘어야 한다”며 “일부 유럽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가 되면서 전기료가 두 배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 24% 인상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우드맥킨지는 한국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전력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탈원전’에 따른 원전 비중 감축 및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30년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2017년 대비 23.6% 줄어든 1억9300만t으로 정한 바 있다.

휘트워스는 “원전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석탄·가스 발전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충분히 줄이지 못할 것”이라며 “전력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2억5100만t으로 지난해보다 7%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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