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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려고 배로 4시간,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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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들의 숲 조도군도 끝자락 맹골죽도... 오랜 세월 섬을 지키고 서 있는 무종과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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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죽도의 무종 ▲ 우리나라 서남해 조도군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맹골죽도에 있는 무종은 석양무렵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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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 바다 조도군도의 맨 끝에 자리한 맹골도, 물결이 사납기로 유명한 이 맹골군도의 죽도에는 섬을 지키는 무종(霧鐘)과 등대가 있다. 1907년 처음 세워진 오랜 역사의 등대는 광활한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무종과 함께 섬의 언덕바지에 나란히 서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종은 이 섬을 지키고 살아온 섬 사람들과 애환을 같이하면서 오랜 세월의 풍파를 다 견디며 묵묵히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섬사랑9호가 데려다 준 맹골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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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군도의 다도해 섬들 ▲ 맹골죽도를 가는 섬사랑9호를 타면 아름다운 다도해의 여러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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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도 - 물살이 거칠어 흡사 사나운 맹수가 울부짓는 것 같다 하여 섬의 이름이 지어진 것처럼 이 섬으로의 상륙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은 섬사랑9호가 하루 한번 진도 팽목항에서 9시경 출발해 조도군도의 낙도를 순회하며 오가고 있다.

그 덕에 오지 낙도의 거리감은 많이 좁혀졌지만, 아직도 바람만 불면 안개가 끼면 맹골도로 가는 배는 운항을 멈추고 고립의 섬이 된다. 섬으로의 접근은 아직도 자연 앞에서 쉽게 무기력해진다.

섬을 여유있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섬사랑호는 차라리 유람선이다. 작은 유인도의 섬과 섬을 유영하듯이 항해하는 이 배는 다도해에 펼쳐진 아름다운 섬의 숲을 헤치고 다닌다.

맹골도로 가는 배는 팽목항을 떠나 가장 먼저 슬도를 거쳐 12개의 섬을 거친 후에야 맹골도에 도착한다. 지그재그로 섬과 섬 사이를 헤치며 운항을 하기 때문에 4시간가량 배를 타야 한다. 맹골도가 가까워지면 바다는 넓어지고 바람이 불며 파도가 높아진다. 먼 바다로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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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의 섬사랑9호 ▲ 섬사랑9호는 조도군도에 흩어져 있는 작은 유인도들을 들러 맹골죽도에 도착한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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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랑9호는 죽도에 승객을 내려주자마자 바로 섬을 떠난다. 이곳의 빠른 조류의 흐름과 너울성 파도 탓인지 부두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는 순간은 아찔하다. 부두에 닿는 순간 바위에 새겨진 '맹골죽도'라는 글씨가 죽도에 도착하였음을 확인시켜준다.

맹골도는 본도인 맹골도와 죽도, 곽도 세 섬이 행정구역상 맹골도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제적으로 주도는 죽도라는 느낌이 든다. 이장과 어촌계장이 죽도에 살고 있고 섬 주민들이 살고있는 주거환경(집)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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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죽도 마을전경 ▲ 맹골군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맹골죽도는 1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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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새에 변화한 듯 죽도는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번듯한 집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이에 비해 맹골도는 가구수는 더 많지만 새롭게 지어지거나 개보수한 집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든 빈 집들만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맹골죽도는 그동안 KBS다큐 <공감>에 소개되는 등 몇 차례 방송에 나오기도 하였다. 방송에 소개되는 맹골죽도는 낙도에 사는 주민들의 신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 겨울에는 특히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조건 때문에 늙은 할머니 몇몇만 남아 있고 대부분은 섬을 떠나 목포 등지에 살다가 미역을 채취하는 시기에나 온다. 실재 어촌계장이나 이장도 목포에 살다가 가끔 섬으로 들어오고 있다.

섬을 지키는 등대와 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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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죽도의 언덕바지에 서있는 무종과 등대 ▲ 1907년 처음 세워진 등대와 안개가 낄때 종을 쳐서 항해하는 배에게 알렸다는 무종이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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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 언덕에는 등대가 있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1907년 세워진 등대다. 그 등대 뒤에는 안개가 낄 때 종을 쳐 항해하는 배에게 섬의 위치를 알렸다는 무종이 있다. 등대는 마을 왼쪽으로 난 좁은 시멘트 길을 5백여 미터 올라가면 나온다. 등대를 관리하기 위해서인지 이 시멘트길 덕분에 길은 풀 속에 묻히지 않고 따라 오를 수 있다.

마을에서 10여분 언덕으로 오르면 등대와 무종이 나온다. 언덕 위에 넓은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나란히 서 있는 이 등대와 무종의 모습이 독특하기도 하지만 해질 무렵에 보는 풍광은 더욱 아름답다.

네 개의 기둥으로 버티고 서있는 무종은 흡사 로마제국의 잔해를 보는 듯하다. 무종은 종탑으로 만들어진 네 개의 기둥 가운데 쇠고리에 매달려 있다. 종 옆에는 종을 칠 수 있는 망치가 있다. 무종에서 울려 나오는 은은하고 긴 여운은 아직도 그 역할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지금껏 서해바다를 내려다보며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면서 서 있었던 무종이다. 무종은 서구의 건축양식이 가미된 듯한 그래서 서양과 동양의 건축 기법이 혼재된 듯한 인상을 갖게 한다.

이 무종은 1950년대에 세워진 것으로 황동으로 제작되었으며 음달거리가 2km에 달한다고 한다.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다 하여 현재 국립등대유물관 소장유물 4681호로 지정되어 있다(안내판 기록 참고).

무종은 철골이 들어간 시멘트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에 외벽이 떨어져 나가고 기둥 속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무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근대유산이지만 기둥의 시멘트들이 벌어지며 더 떨어져 나가면 붕괴될 듯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모진 풍파의 세월을 잘 버티며 역사의 증언으로 오래도록 서서 허물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맹골도는 서해에서 남해로 접어드는 해로 상의 매우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들이 이 해역을 거쳐 갈 수밖에 없었다. 서남해역의 중요한 해상교통로 때문에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에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여러 곳에 등대를 세운다.

일본은 조선의 식민지화와 대륙침공을 위해 1899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의 연해에서 측량을 실시한다. 죽도 등대설치 또한 그 해로를 확보하기 위한 침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등대 설치 시기에는 일본인들이 직접 이 등대를 운영하였다.

안내판에는 이 등대가 맹골군도 해역을 통항하는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하여 조선총독부 체신국에서 1907년 12월 1일 최초 점등, 102년 동안 유인등대로 운영해 오다가, 2009년 10월 19일 무인등대로 전환하였다고 쓰여 있다.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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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죽도 북쪽 언덕바지 ▲ 맹골죽도의 북쪽은 세천 바람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않아 넓은 초지를 형성하고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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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무종이 있는 섬 북쪽으로는 넓게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섬의 북쪽은 세찬 바람 때문인지 납작하게 엎드린 키 작은 나무와 풀들만 넓은 초지를 형성하고 있다. 푸른 초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외국의 풍광을 연상케 한다. 학생 시절에 읽었던 영국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떠오르는 곳이다.

이 무종이 있는 맹골도에서는 지난 2005년 SBS 드라마 <패션 70s>의 마지막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당시 배우 이요원, 주진모 등이 출연한 드라마다. 이곳 언덕의 개활지 끝에 서면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몇 개의 섬만이 바다 한가운데에 점처럼 떠 있다. 이곳에서 더 가면 만재도나 가거도가 나온다. 망망의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오래전 삶을 지탱하기 위해 이 섬을 찾아온 섬 사람들의 그 흔적을 되새겨본다.

정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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